중국판 ‘스푸트니크’라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일순간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요 국가 정부와 기업, 대학 등 연구기관이 딥시크의 AI 모델 사용을 차단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동사무소 단위까지 연쇄 차단에 들어갔다. 기업이나 공직사회는 AI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단순 정보 검색도 하지만, 기업 직원들은 AI 검색창에 기업 내부 정보를 담은 보고서 초안 내용을 긁어 넣은 뒤 자료 보완과 깔끔한 정리를 주문하기도 한다. 구청 공무원 중에선 사업기획서 초안, 문서 요약 등을 위해 지역 주민 데이터를 AI에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딥시크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출발한다. 딥시크는 미국의 오픈AI와 달리 이용자 정보 제공에 동의를 물어보는 절차가 없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딥시크 이용 약관상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와 입력 데이터 등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된다. 중국 법률에 따라 중국 정부가 요청하면 이를 제공한다. 미국 ABC 방송은 보안업체의 분석을 인용해 딥시크의 AI 모델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국영 통신사로 전송하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 외교부, 서울시청 등의 직원들이 헌납하는 민감한 정보를 속속 빨아들일 무기를 손에 쥔 셈이다.
지난해 우리 군은 각 부대에 설치된 경계용 방범 카메라(CCTV) 1300여 개를 철거했다. CCTV에 중국으로 영상이 유출될 수 있는 악성 코드가 심어진 사실이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최근 3년간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설치된 중국산 보안 카메라는 1만5000개에 달한다. 전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 중국산 로봇청소기도 사생활 유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불신과 공포는 전적으로 중국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현재 중국 정부와 혁신 기업들은 한 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중국 당정 최고기관인 공산당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법치정부 건설을 위한 5개년 시행 요강’을 발표했는데, AI·핀테크·빅데이터·클라우드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 수립과 입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지침을 정했다. 이에 따르지 않는 기업들은 폐업에 이르는 초강력 규제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중국의 혁신은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우리가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 의대 열풍, 여야 정쟁 등에 갇혀 하품하는 사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혁신 기업들은 앞으로도 더 가공할 제품들을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제품을 아무 고민 없이 선택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온갖 정보와 데이터를 빼갈 수 있다는 보안의식을 가지고 중국산을 대해야 하는 피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공장 자동화의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기술과 정보의 융합이 힘을 갖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중한 자원을 지키지 않으면 중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또다시 대국에 기생하는 변방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