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다 더 무기력할 수 없다. 대한항공이 5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라고 믿기 어려운 경기 끝에 연패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에서 0-3(22-25, 16-25, 21-25)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로 2위 대한항공(17승 11패, 승점 52)는 3위 KB손해보험(18승 10패, 승점 50)에 턱 밑까지 쫓기며 순위 역전 위기에 놓였다.
KB손해보험은 비예나(16득점)와 나경복(13득점), 야쿱(10득점)의 삼각편대가 제 몫을 하며 가볍게 승점 3을 손에 넣었다. 특히 서브 득점에서 8-0의 일방적인 우위를 점한 덕분에 기대 이상의 쉬운 승리를 거뒀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12득점에 그치는 등 팀 전반의 경기력이 부진했다.
이날 경기는 두 팀에 있어 정규리그 6번의 대결 가운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맞대결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맞대결이었다. 두 팀은 앞선 네 번의 대결에서 2승 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선두 현대캐피탈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4위 우리카드와 격차도 상당히 벌어진 덕분에 두 팀은 준플레이오프 없이 곧장 플레이오프 대결을 치를 수도 있는 만큼 5, 6라운드 대결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스스로 이번 시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를 안방에서 허무하게 내줬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부임 후 가장 처참한 경기력으로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최근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졌던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2득점)를 1세트만 활용했다. 2세트부터 김준호, 임재영 등이 요스바니, 정지석을 대신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선발로 나선 세터 유광우가 빠지자 한선수도 아닌 3번 세터 김형진이 대신 코트를 밟기도 했다.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실전에서 볼 수 없었던 구성이다.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 적 없던 이들의 경기는 안정적이지 않았다. 코트 안에서 서로 충돌하기를 수 차례, 대한항공의 2세트는 매끄러움을 찾을 수 없는 경기력에 그쳤다. 결국 3세트 마저 내준 대한항공은 V리그 최초 5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했던 팀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한 번에 다 고칠 수는 없겠지만 해법을 찾겠다. 연습부터 다시 맞추겠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2세트부터 평소 볼 수 없었던 선수 구성에 대해 "1세트처럼 패하는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았다"며 "팬들은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낯설 게 느낄 수 있지만 선수들은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봄 배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현대캐피탈에 이어 대한항공을 상대로 연이어 셧 아웃 승리를 가져온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아직 정규리그 경기가 많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의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값진 승리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인천=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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