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시중 금은방은 물론이고 조폐공사에서조차 금 품귀 현상이 일고 있다. 금 공급이 부족해서라지만 본질적으로 수요가 폭증해서다. 금 수요가 최근에 폭증한 이유는 간단하다. 금값이 많이 오른 데다 향후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국제 금값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만 온스(약 31.1g)당 2641달러(약 381만 원)에서 2835달러(약 409만 원)로 7.3% 올랐다. 지난해 1월 말에 비해서는 나스닥이 29.4% 올랐는데, 금값은 39.4%나 올랐다. 또, 지난 1년간 아연이 12.1%, 알루미늄이 16.8% 오른 데 비하면 2, 3배나 된다.

최근 금값이 오른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논거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므로 금 수요와 금값이 오른다는 얘기(원인①)라면 다른 원자재 값도 다 올라야 한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므로 국채 가격이 올라가지 못해 금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진다(원인②)는 설명도 납득하기 힘들다. 국채 투자자금이 주식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이므로 국채나 주식보다는 대체자산으로 금의 매력이 커진다(원인③)는 설명은 설득력은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으므로 현재로썬 수긍하기 힘들다. 사실,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금값은 오히려 1% 이상 하락했었다.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또 다른 해석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원인④)이란 예측에 근거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소득세 감세정책으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게다가 과도한 관세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침체가 잇따른다면 미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의 자금이 대거 미국에서 빠져나가면서 미 증시 침체 및 달러 가치 하락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빠져나온 자금들이 금으로 몰리면서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는 물론 그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금의 공급이 생각보다는 탄력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금값이 폭등하면 신규 채굴뿐 아니라 기존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도 금의 유통 물량을 늘리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금은 공급이 탄력적이어서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시장의 금 사재기 현상은 우려스럽다. 금 투자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데도 비트코인보다 더 확실한 자산이니 큰돈을 단기간에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은 금에 대한 투기적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속하게 유통 물량을 늘리는 것이다. 즉각 금 현물 수입을 늘려야 한다. 금이 부족하다고 투기 심리를 부추길 게 아니라, 신속하게 공급해 시장 실세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잖으면 일시적이라도 걷잡을 수 없는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할 여지가 있다. 금융상품으로서의 금 관련 ETF도 적극적으로 공급해 줘야 한다. 투자자들도 금이 비트코인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인지하고 장기적인 투자 자세를 지켜야 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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