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레이브, 3가지 ‘성공 코드’
잘파세대 맞춤형
라방 등 비대면 활동 활발
온라인 익숙한 1020 ‘어필’
2D 애니 ‘역발상’
‘사람 닮게’ 3D, 되레 어색
만화 같은 편안함 먹혀들어
콘셉트 아닌 ‘실력’
보컬·랩·댄스, 기본기 탄탄
커버곡 조회수 수백만 거뜬
가상의 버추얼 아이돌은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가 대표적 사례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은 모습으로 구현된 이들은 사람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모션 캡처’ 기술로 탄생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뒤에 실연자가 있는 방식이다. 최근 세 번째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 원(Caligo Pt.1)’으로 컴백한 플레이브는 초동(앨범 발매 후 일주일)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겼다. 버추얼 아이돌로서는 최초다. 지난해 8월 발매한 앨범으로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플레이브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는지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잘파 세대(Z세대+알파세대) 맞춤형 아이돌
애니메이션, 버추얼 등에 익숙한 1020세대에 버추얼 아이돌은 거부감이 덜하다. 대면보다 온라인 소통이 익숙한 세대에 그리 멀지 않은 존재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비대면 활동은 실제 아이돌만큼이나 활발하다. 온라인에서 ‘자콘(자체 콘텐츠)’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다른 아이돌과 함께 ‘챌린지’ 영상도 찍는다. 이런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새로운 팬을 견인하는 효과도 낳는다. 플레이브 팬인 오수빈(26) 씨는 “처음에는 웬 그림이 음악 방송에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익숙해져 팬이 됐다”며 “며칠에 한 번씩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현실 아이돌보다 소통이 잦아서 좋다”고 말했다.

◇3D가 아닌 2D ‘역발상’
최근 버추얼 콘텐츠는 최대한 사람을 닮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이비스’ ‘메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3D에 가까운 모습은 기술의 발전을 증명하는 기준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브는 오히려 ‘2D 애니메이션’ 형태를 취하는 역발상을 꾀했다. 캐릭터 뒤에는 진짜 사람이 존재한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플레이브에 친숙함을 느끼는 이면에는 만화에서부터 이어져 온 2D에 대한 편안함이 있다. 3D는 진짜를 모방한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기 쉽다”며 “그렇기에 플레이브 뒤에 진짜 사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도 위화감이 적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딥페이크의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2D가 먹혀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콘셉트 아닌 ‘실력’으로 승부
그렇다고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단순 콘셉트만 내세우지 않는다. 가수로서 실력도 출중하다. 각 멤버의 역할을 하는 실연자가 있기에 그들이 작사·작곡하는 것은 물론 안무와 프로듀싱에도 참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의 완성도는 꽤 높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직비디오는 마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다. 커버곡 조회 수는 수백만 회를 너끈히 넘긴다.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869만 회에 달한다. 플레이브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면 팬들은 “실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30대 팬 오모 씨는 “멤버들이 본업을 잘해서 보컬, 랩, 춤 영상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버추얼이라는 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몇 아이돌 가수의 부족한 노래 실력이 논란이 된 가운데 아이돌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버추얼 아이돌 성공의 분수령이 될 시기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하나의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추종하는 게 업계 관행”이라며 “플레이브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기획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획자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플레이브의 성공 공식을 따를지, 아니면 더 완벽한 3D 기술을 접목할지 선택해야 한다.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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