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질적인 명령임에도 근거와 효력 등 안 알려…절차적 하자 명백"
구청이 ‘안내 통지’ 형태로 실질적 보강공사를 명령하면서, 근거나 구제 절차, 불복방법 등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엔 무효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 이주영)는 A 주식회사가 서울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의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사는 서울 성북구의 한 지상 주택을 철거하고 주거용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성북구청장은 2022년 10월 A 사에 "공사 현장 인접 지상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사유로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이후 A 사는 인접 건물에 보강공사를 진행해 감리를 받았고, 성북구청장은 2024년 2월 공사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해제 이틀 후 구청장은 ‘안내’라는 제목의 통지를 통해 A 사에 공사 재개 전 인접 건물 붕괴 위험 방지를 위한 추가 보강공사를 명했고, A 사는 "절차를 위반해 사실상 공사 중지처분을 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보강공사가 선행되지 않는 경우 공사 중지 명령의 효력이 지속된다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A 사에 보강공사 이행 의무를 직접 부여하는 내용"이라며 "해당 안내는 A사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법적 근거를 미리 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한 뒤 불복에 관한 사항을 미리 알려야 하는데 재판부는 구청장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조치 명령을 하면서도 ‘안내’라는 외관을 취함으로써 A 사가 안내의 근거와 효력, 불복 방법 또는 구제 절차를 알 수 없도록 해 현저히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했다"며 "행정절차법상 절차 위반이고, 절차적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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