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lobal Window - 독일 조기총선 D-5… 판세분석
중도 좌파 숄츠정권 심판론에
‘기독연합’ 정권탈환 눈앞으로
‘극우’AfD 지지율 20% 2위로
선전땐 3개정당 연정 꾸릴수도
사민당·녹색당 각각 15% 기록
오는 23일 실시되는 독일 조기총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자력 안보를 압박하고,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등 유럽의 경제·안보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유럽의 맏형’ 독일의 차기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국 최저 수준의 경제성장과 잇단 난민 범죄로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의 제1야당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퇴진 이후 3년여 만에 정권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약진하며 원내 2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향후 유럽 내 극우 물결이 거세질 우려도 제기된다.
◇메르츠 기민당 대표 차기 총리 유력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021년 9월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약진시키며,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끌었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의 16년 장기 집권 체제를 무너뜨렸다. 다만 사회민주당이 과반 의석(367석) 확보에 실패한 탓에, 숄츠 총리는 신호등 연립정부(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를 구성했고 2021년 12월 총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자유민주당의 연정 탈퇴로 인해 의회에 신임투표를 자청하고 총선을 7개월 앞당겼다. 자유민주당의 탈퇴는 크리스티안 린드너(자유민주당 소속) 전 재무장관이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주의 경제정책에 반기를 들어 해임됐기 때문이다. 자유민주당(90석)의 탈퇴로 연정에 남은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의석수 합계(324석)가 과반에 못 미치자, 야권은 숄츠 총리에 대한 의회 신임투표를 강력 요구했다.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은 숄츠 총리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였고, 예상대로 신임안이 부결되자 조기총선 채비에 나섰다.
현 지지율 추세대로라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대표가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사회당은 바이에른주, 기독민주당은 나머지 15개주에서 활동하며 함께 교섭단체를 꾸리는 사실상 같은 당이다. 최근 독일의 공영방송 ZDF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지지율 30%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극우 성향의 AfD는 20%로 2위를 달리는 가운데, 신호등 연정 붕괴로 임시 중도진보 소수정부를 꾸리고 있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각각 15%를 기록했다. 사회민주당은 2021년 총선 당시 막판 대역전극을 재현하겠다고 벼르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반이민 기조로 우파 진영 득세 = 독일 경제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숄츠 정권 심판론이 대두되는 양상이다. 독일 경제성장률은 숄츠 총리 집권 후인 2023년 -0.3%, 지난해 -0.2%로 2002∼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1%에서 0.3%로 대폭 낮춰졌다. 이는 프랑스(0.8%), 이탈리아(0.7%), 스페인(2.3%), 영국(1.6%) 등 다른 유럽 주요국보다도 저조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집권 3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를 만난 숄츠 정부는 그 이후 심각한 에너지 위기와 높은 이자율, 인플레이션과 맞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하는 독일 제조업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하자 심각한 에너지난을 맞고 있다. 높은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사회민주당 집권기였던 1970년대 서독의 동방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사회민주당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빈발한 난민 범죄도 숄츠 총리의 지지율을 떨어트린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3일 뮌헨에선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이 몰던 차량이 노조 파업 집회 참여자들을 향해 돌진해, 시민 39명이 다쳤다. 지난달 22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28세 난민이 바이에른주 아샤펜부르크의 한 공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2세 남아와 41세 남성이 사망했다. 사회민주당은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신속히 추방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난민 수를 줄이기보다 독일 사회에 원활히 통합시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우파 진영에선 국경봉쇄를 공약으로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연정 참여 차단된 극우 AfD 득표율이 관건 = 다만 지지율 1위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과반 의석 확보까진 힘들어, 차기 연정 구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2위인 AfD는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내 정당들의 ‘방화벽’ 원칙 때문에 연정 참여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할 경우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이 손잡아야 간신히 과반 의석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의 지원을 받는 AfD가 선전할 경우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려야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혐오 발언 규제를 통해 극우세력의 부상을 막으려는 유럽 주요국을 향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숄츠 총리보다 먼저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도 회동하며 유럽 극우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바이델 대표와 동영상 회담을 갖고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反이민’에 약진한 유럽 극우정당… 트럼프 등에 업고 목소리 더 커진다
젊은층 흡수… 정치판도 바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시작된 유럽의 극우약진은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우파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례적으로 외국 정상들과 일부 유럽 극우 정당 지도자 및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대거 초대됐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통상 외국 정상을 초대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인사들을 초청한 것이다. 유럽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연대를 확산시키고 국제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취임식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극우가 집권한 국가수반 중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초대됐다.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 에리크 제무르 프랑스 재정복당 대표,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 등 극우 야권 정치인이 참석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부터 극우 열풍이 두드러지고 있다. 난민 급증과 이에 따른 안보 불안, 엄격한 환경 정책 등 유권자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경제적 불안과 빈부 격차를 극우정당이 파고들면서 그간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특정 정당 지지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던 젊은 층을 흡수해 중도 중심의 유럽 정치 판도를 뒤바꿔놨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유럽의회선거에서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각각 1, 2위를 지켰지만, 두 단체를 합쳐도 과반에 미달했다. 대신 유럽보수개혁당(ECR), 정체성 및 민주주의(ID) 등이 약진했다. 오는 23일 치러질 독일 총선에서도 최근 몇 년 새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세를 불린 유럽 극우 정치세력에 분기점이자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탈리아·네덜란드·핀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크로아티아 등지에서 극우 혹은 강경 우파 세력이 집권 중이다. 스웨덴과 프랑스·영국에서도 극우 정치세력의 영향력이 확대하고 있다. 특히 극우 포퓰리즘 성향 정당 영국개혁당의 지지율이 지난 3일 집권 노동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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