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주가 완료된 반지하 주거 공간을 리모델링해 인근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지(보관시설)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리모델링 전후 비교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주가 완료된 반지하 주거 공간을 리모델링해 인근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지(보관시설)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리모델링 전후 비교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 LH, 반지하 등 주거상향 지원

공공임대 이주 상담서 정착까지
18년간 5만2000가구 이전 도와
임대료 시중시세 30%수준 불과

매입임대 반지하 거주 입주민도
이주비 지원·2년간 임대료 유예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거주 중이었던 김홍식(가명·62) 씨는 태어나서 62년 만에 안락한 집을 갖게 됐다. 김 씨는 이전까지 여인숙을 전전하며 살다가 17년 전부터 쪽방에서 생활해 왔다. 그가 거주하던 쪽방은 6.6∼9.9㎡ 정도로 좁았다. 여름에는 선풍기 하나 없이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만 했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볕이 들고 환기가 되는 집다운 집으로 이사하게 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주지원 119센터’를 방문한 덕분이다. 김 씨는 “쪽방이 아닌 진짜 집이라니, 정말 꿈만 같다”며 “편히 쉴 수 있는 진짜 내 집이 생기고 나니 그간 힘든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고 감격스러워했다.

18일 LH에 따르면 LH는 2007년부터 비닐하우스·쪽방·반지하 주택 등에 거주하는 약 5만2000가구의 주거 상향을 도왔다. 2023년에는 9338가구를, 지난해는 1만1280가구를 지원했다. 특히 쪽방과 비닐하우스 거주자 중심으로 이뤄지던 주거 상향은 2020년부터 반지하 주택 등 재해 우려 주택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재해 우려 주택에 거주하는 1만2046가구가 LH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이주지원 119센터 = 이렇듯 비정상 거처 거주자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주지원 119센터가 자리한다. 우선 LH 직원이 주거 급여 대상 가구의 주거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정상 거처에 거주하는 수급자의 이주 의사를 확인한다. 비정상 거처 거주 가구에 제공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보증금 50만 원, 시중 시세 30%의 임대료 수준이다. 보증금은 무이자 주택기금 대출이 지원되며, 이사비는 이주 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실비 40만 원(국비·지방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공공임대로 이주를 완료했더라도 친밀했던 이웃과의 단절, 고립감으로 반지하 주택, 쪽방촌 등 기존 거처로 회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주지원 119센터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이주 후, 사회복지기관 연계, 일자리 알선 등 다양한 정착 프로그램을 실행해 새로운 주거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LH는 현재 전국에 총 60개 소의 이주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주지원 119센터 직원이 비정상거처 주거 상향 지원사업 대상자 발굴을 위해 현장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LH 제공
이주지원 119센터 직원이 비정상거처 주거 상향 지원사업 대상자 발굴을 위해 현장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LH 제공


◇LH 매입임대주택 반지하 가구도 주거 상향 추진 = 2020년부터 LH는 민간뿐 아니라 LH 매입임대주택 반지하 1810가구를 대상으로도 지상층으로 이주 지원하는 ‘주거 상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총 995호 이전 지원(55% 수준)이 완료됐다. 안전과 직결된 만큼 LH는 △유사 임대조건 주택 매칭 △이주비 지원 △임대료 유예(2년) 등 이주에 대한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해 이주를 촉진하고 있다. 반지하 가구 현장 실사와 ‘찾아가는 이주상담’을 통해 파악한 주택별 침수 위험 수준, 재해 취약 가구 여부(아동·고령자·장애인) 등을 토대로 오는 2026년까지 단계별 이주 지원을 완료할 계획이다.

◇반지하를 LH 스토리지로 = 이주가 완료된 지하층은 지자체와 연계해 도서관, 주민 쉼터 등 커뮤니티 시설이나 공동창고, 공용세탁실 등 입주자 편의시설로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매입임대주택 반지하 공실 4개 호(약 138㎡)가 무인 보관시설인 스토리지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LH 스토리지는 매입임대주택 반지하 공간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무인 보관시설을 설치해 입주민과 인근 주민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유병용 LH 주거복지본부장 직무대리는 “LH는 비닐하우스, 쪽방, 컨테이너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고 있는 비주택 가구의 주거 상향과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거주민의 지상 주택 이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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