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조성진·선우예권 개관 공연
“부산, 세계인의 음악적 만남 장소”
부산=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잘 사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나라’는 돈만으로는 어림없지요. 문화와 예술이 발달해야 하는데, 깊고 오랜 뿌리를 가진 클래식 음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6월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의 내부가 언론에 처음 공개된 지난 17일,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72·사진)은 ‘부산 최초 클래식 전용 공연장’의 탄생 의의를 이렇게 밝혔다. 부산콘서트홀의 초대 예술감독인 정 지휘자는 개관 기념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이날 간담회에서 “부산을 아시아에서 아주 특별한 ‘음악적 별’이 되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미국으로 떠난 정 감독은 서울시향에서의 9년을 제외하고 60년 넘게 프랑스, 이탈리아 등 줄곧 해외에서 활동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편해졌다”고 겸연쩍어하면서도 고향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은 세계인의 음악적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어요. 일평생 경험하고 공부해 온 것들을 이제 거기에 쏟으려 합니다.”
부산 진구 시민공원 안에 자리 잡은 부산콘서트홀은 착공 당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 제2 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된 클래식 공연장이 없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공연을 꺼리던 도시가 부산이라서다. 부산콘서트홀 개관과 함께 2027년 부산 오페라하우스까지 완공되면, 부산 시민들의 문화 향유 증대뿐만 아니라 클래식 시장 저변도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음향 테스트가 호평받으며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날 “설명 대신 피아노를 치겠다”며 브람스 간주곡(작품번호 117번)을 ‘깜짝’ 연주한 정 감독도 “소리가 아주 좋다. 단점을 찾을 수 없다”며 콘서트홀의 음향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이뤄진 콘서트홀은 2010석 규모의 메인 공연장과 400석짜리 소공연장을 갖췄다. 메인 공연장 중앙 벽면은 대형 오르간(4406개 파이프)으로 채웠고 객석은 빈야드(포도밭) 형태다. 콘서트홀 운영을 맡은 클래식부산(대표 박민정)에 따르면, 파이프오르간은 비수도권에서는 최초 설치된 것으로, 독일에서 제작했다.
6월 20일 개막하는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 첫 무대는 아시아 각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가 맡는다. 정 감독이 직접 피아노 연주와 지휘로 참여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선보일 예정. 그는 이 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세계인이 형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면서 “음악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2일에는 조성진이 리사이틀(독주회)로 개관을 축하하고, 23일엔 APO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하는 실내악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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