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문10답 - 관세 장벽 높이는 美… 글로벌 충격파
美 이어 中·EU 등 맞대응하면
세계 관세율 7.5%P까지 인상
내년부터 EU도 새 ‘탄소 관세’
국내 철강업계 추가 타격 우려
트럼프 1기 관세전쟁땐 부메랑
美 제조업 피해·무역적자 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집권 약 1개월 만에 전 세계를 보이지 않는 전쟁 속으로 몰아넣는 포문을 열고 있다. 이른바 ‘관세 전쟁’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폭이 지속 확대 추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관세 조치를 통해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집권 1기 때도 이 같은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외에 자국의 경제 안보 강화 및 해외기업들의 미국 투자 유치라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대미 무역 비중이 큰 한국 경제도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통상 당국과 국내 업계는 한미동맹 및 대미 투자 효과 등을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다.
1. 통상 초미의 관심사 ‘관세’란
국가 간 수입·수출 등 무역이 이뤄지면서 화물이 국경을 통과할 때 부과하는 조세다. 관세는 수출품에 부과하는 수출세, 수입품에 부과하는 수입세, 국경을 통과하는 물품에 부과하는 통과세로 구분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수입세를 채택한다.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그만큼 세금이 붙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입품보다 국내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에 정부는 국가 재정을 확충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 아울러 대외무역 증진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특정국이나 국제기구와 관세를 두고 협상을 할 수 있다. 관세는 관세의 과세표준에 관세율을 곱해 산출하는데, 이때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도 함께 부과된다. 통상적으로 과세표준인 수입물품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책정방법을 두고 문제가 된다. 이에 관세법에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방법 등을 마련해뒀다. 관세는 수입 신고를 한 시기의 물품 성질과 수량에 따라 달리 부과되지만,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 소비하거나 사용되는 물품이나 우편으로 수입되는 물품 등 예외도 있다.
2. 관세 부과의 기원
관세의 역사는 인류의 무역이 최초로 발달하기 시작한 고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 다양한 문명을 중심으로 관세 흔적이 나타난다. 당시 생산이 가능했던 농작물, 천연자원 등 무역 대상품목이 형성된 가운데 관세는 주로 무역 균형 조정이나 국가 수입 증대를 위해 도입됐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상품을 운송하던 상인에겐 통행료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됐는데, 이들은 세금을 가능한 한 피하기 위해 처벌의 가능성을 안고 밀수에 투신하곤 했다. 이를 비롯해 관세의 기원과 관련해선 여러 설이 있으나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해상 무역으로 이름을 떨치던 페니키아 상인들이 지역 실권자들에게 냈던 통과세를 유력한 후보로 보기도 한다. 관세는 무역 물자가 세관을 통과할 때만 과세하면 되고, 징수절차도 간편한 덕에 정부 입장에선 징수하기 쉬운 세금으로 꼽힌다. 따라서 고대부터 관세를 재원으로 삼는 국가가 많았다. 고대 그리스는 상품 가격의 2%를 관세로 지불해야 했고 밀수가 발각되면 10배를 내야 했다.
3. WTO 출범 배경
1995년 1월 1일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국제 무역질서를 세우기 위해 1947년 마련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체하며 출범한 WTO는 자유로운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으로 범세계적 교역 확대와 무역규범 강화, 회원국 간 무역분쟁 해결을 목표로 설립됐다. 특히 교역국 간에 보호무역주의 조치로서 부당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에 대한 조율·판정 기능도 안고 있어 관세에 따른 무역마찰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WTO가 사실상 제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분쟁 해결 기능을 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측이 상소기구 위원 선임 승인을 거부하면서 상소기구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 시장개방 기조 속 확대된 FTA

5. 한국의 수입품 관세 부과 현황
직접 사용 목적으로 해외구매 물품을 들여올 때 가격이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면 세관 당국은 수입신고 없이 관·부가가치세 등을 면제(소액수입물품면세제도)해준다. 만약 이 제도를 악용 목적으로 물품을 나눠서 대량으로 반입하면 수입통관과정에서 전부 합산돼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부터 국내 유통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5월 소액수입물품면세제도의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 등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해외여행객의 반입물품 면세 한도는 800달러다. 주류는 2병(총용량 2ℓ 이하·합산가격 400달러 이하), 담배(궐련 200개비 이내), 향수(100㎖ 이하)는 추가로 면세가 가능하다. 개인이나 업체가 국내 판매·유통 목적으로 들여오는 물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세관에 수입신고를 하고 관세 등을 내야 한다. 이런 관세는 지난해 총 7조 원이 걷혔는데, 수입액 감소와 할당 관세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3000억 원 줄었다.
6. 트럼프의 ‘관세 전쟁’ 배경
2024년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7년 대비 2.2배 증가한 829억 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 나서는 이유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장이 상당히 개방된 데 반해 무역 상대국들은 폐쇄적이고 미국에 차별적인 제도 등으로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관세 압박을 이어가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는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제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와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관세 수입을 감세 정책 추진에 따른 세수 부족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다.

7. 트럼프 관세 부과 주요 타깃
현재까지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타깃 국가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우선 미국으로의 불법이민과 마약(펜타닐) 유통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이유로 이달 2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추가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4일 대(對)중국 관세는 발효됐고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30일간 유예된 상태다. 또 다른 관세 부과 기준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국가부터 상호관세를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중국·멕시코·베트남·아일랜드·독일·대만·일본·한국·캐나다·인도 등 상위 10위 국가에 관세 조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주 관세 타깃 품목은 제조업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발효한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예고한 상태다.
8. 트럼프 1기 시절 관세 정책의 효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기 때도 관세 전쟁을 벌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아 2018~2019년 당시 4차례에 걸쳐 약 3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전 세계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관세부과로 2018~2021년 미국의 철강 수입은 24%, 알루미늄은 31.1% 줄어든 대신 미국 내 생산은 각각 1.9%, 3.6% 늘었다. 자국 산업 보호 효과를 본 것이다. 다만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가격이 올라 건설, 자동차 부품 등 현지 제조 기업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무역 적자도 2016년 4795억 달러에서 2020년 6537억 달러로 증가해 무역 불균형 역시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9. 관세 장벽에 따른 한국 수출 타격
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내수 시장 규모도 작은 편인 한국의 경제 동력은 수출이다. 그러나 수출입 등 무역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관세가 높아지면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한국의 수출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에 따라 전 세계 평균 관세율 인상 폭은 0.7∼7.5%포인트로 예상됐다. 특히 미·중 간 관세전쟁에 돌입하게 되면 한국 수출은 143억∼150억 달러 감소하고, 가장 비관적인 경우 미국과 거래하지 않는 세계 모든 국가도 관세전쟁에 뛰어들게 되면 한국 수출은 최대 347억 달러 감소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금액은 한국의 역대 최대 수출액인 지난해 6838억 달러의 약 5.1%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의 품목을 콕 집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수출 타격은 더 확대될 수 있다.
10. 내년부턴 EU도 새로운 ‘탄소 관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 등을 이유로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EU는 환경규제 차원에서 새로운 관세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EU는 지난 2021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계획을 발표했고 당장 내년 1월부터 이 제도가 시행에 들어간다. CBAM은 EU가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제품의 EU 수출 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국내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CBAM의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CABM에 규정한 탄소 배출량을 인증받는 절차도 복잡해 업계의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내 인증기관들은 유럽지역 인증기관과 업무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EU 집행부에 CBAM에 관한 정부와 국내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박수진·박준희·황혜진 ·이승주 ·전세원·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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