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자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이재명 대표가 불과 3일 전이던 지난 10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제안한 30조 원보다 5조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과 달리 ‘민주당표’ 추경안에는 이 대표의 ‘시그니처 정책’인 ‘지역화폐 지급사업’이 소비진작책으로 슬그머니 끼워져 있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대표적으로, 전체 추경액의 3분의 1이나 되는 13조1000억 원이 담겼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인당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한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약 361만 명에게는 1인당 10만 원을 더 준다고 한다.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20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에 10% 할인 비용을 지원하는 ‘지역화폐 발행지원’에는 2조 원이 할당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민주당이 올해 본예산에 넣겠다며 단독으로 통과시켰던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사실상 내용이 같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소고기 지원금’으로 불리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떠올리는 상당수 국민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나눠줬는데 극심한 생계 곤란을 겪는 자영업자 등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실상 전 국민에게 일괄 지원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한우 플렉스’ ‘소고기 파티’였다. 물론 절박한 상황에 사용된 사례도 많았지만 상당 규모는 그간 비싸서 상대적으로 덜 소비했던 소고기 사 먹는데 일회성으로 쓰였다. 한우 등 소고기 소비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갑자기 치솟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 ‘가성비’ 떨어지는 지원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다. 4∼5년이 지난 지금, 경제 상황은 코로나19 사태 못지않게 위중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4%포인트나 낮춘 1.6%로 제시했다.
정국 불안이 이어지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방위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안팎으로 사면초가다. 이에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사실상 이견이 없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시기·규모와 함께 특히 추경 사용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2년 연속 8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세수펑크’가 난 상황에서 적자 국채를 찍어 내는 것 외에 추경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역화폐가 지급되더라도 추가 소비가 아닌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쓰일 경우 소비총량이 늘어나지 않아 재정 승수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논의되고 있는 이번 추경에 대해 벌써부터 ‘대선용 매표(買票) 추경’ ‘정치 추경’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0일 42일 만에 여야정 대표가 모이는 국정협의회 4자회의에서 현명한 타협점이 도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