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납품가를 부풀리거나 거래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2023년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원재료 납품가를 부풀리거나 거래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2023년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증권선물위원회 의결…"미공개 내부 정보로 부당이득 취한 사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다 임상에서 실패하자 미리 주식을 처분해 1562억 원의 매매 차익을 거둔 혐의로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검찰에 고발됐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장 전 대표와 신풍제약 지주사 송암사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으로 검찰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신풍제약 실소유주이자 창업주 2세인 장 전 대표는 신약 개발 임상 결과와 관련된 내부정보를 이용해 369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회피했다.

장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4월 자신과 가족들이 운영하던 송암사가 보유한 신풍제약 주식을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대량 매도했다. 신풍제약이 임상을 진행 중이던 코로나19 치료제는 2상 임상에서 시험 주평가지표의 유효성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증선위는 장 전 대표가 이런 악재를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선위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코스피 상장사 실소유주가 오히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라며 "사안이 엄중해 수사기관 고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거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부당이득금 3~5배(오는 3월 31일부터는 4~6배 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신풍제약은 "2021년 4월 매각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며 "해당 임상 관련 정보는 2021년 7월에 정식 공개됐고, 내부적으로 알게 된 시점도 같은 해 5월이어서 그 점을 이용해 4월에 블록딜에 나섰다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전 대표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원재료 납품가를 부풀리거나 거래한 것처럼 꾸며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총 91억 원을 조성해 자사 주식 취득과 생활비 등에 쓴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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