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저는 우울증을 몇 년간 앓았지만 그냥 두면 괜찮아지기도 해서 방치해 뒀습니다. 몇 달 전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는데 선생님 설득 끝에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의욕적으로 살다 보니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취직도 하게 됐지만 약을 끊는 것이 두려워 서서히 줄여가려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을 앓던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기사를 보면서, 향후 직장에서 제 우울증 병력이 문제가 될까 봐 걱정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다고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외부 시선도 걱정입니다.
A :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해선 안돼… 우울증 치료 포기하지 마세요
▶▶ 솔루션
우리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 안에서 원인을 찾을 때가 많습니다. 가해자에 대해 제한적인 정보만 대중에게 알려지다 보니 성별, 연령, 인종, 직업이나 정신질환 등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판단하고 탓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죄도 일종의 ‘인재’라고 본다면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개인의 건강과 인생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줄 수 있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무기력하고 자기혐오 경향이 있으므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자해나 자살 시도로 이어질 뿐 타인을 해치는 범죄율은 오히려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아서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으로 이어지면 범죄율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개인 성격과 기질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울증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계시기 때문에 남들의 오해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정신질환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여론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낙인을 찍고 차별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적인 행동입니다.
아쉬운 점은 정신질환이 심한 순서대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훨씬 더 문제가 심각한데도 무조건 거부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더 위험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두려워하는 조현병이라고 해도 충실히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 평생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대다수 환자는 남을 해치는 환청을 들을 경우 그 환청대로 하는 게 아니라 환청이 들려서 큰일이라고 의사와 상의합니다. ‘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저에게는 존경의 의미입니다. 자신의 병을 인식하고, 치료받을 용기를 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무기력한 삶을 보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환자가 되기까지도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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