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37·왼쪽)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박지현(29)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계엄 정국에서 광장 여론을 주도해 주목을 받은 또래 세대, 2030 세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백동현 기자
이동수(37·왼쪽)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박지현(29)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계엄 정국에서 광장 여론을 주도해 주목을 받은 또래 세대, 2030 세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백동현 기자


■ ‘광장 나선 2030’ 심층분석 - <하> ‘2030 오피니언 리더’ 2인 대담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 박지현 민주당 前비대위원장

이념보다 현실적 공약 우선 세대
다른 연령층보다 정치 유동성 커

초반 탄핵찬성 여론 높았던 남성
민주당 비호감 정서로 관망 태도

여론조사 강성지지층 과다 표집
2030의 주된 의견 포장 말아야


이동수(37)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박지현(여·29)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18일 만남은 서로의 MBTI를 묻는 데서 시작됐다. MBTI는 물론 성, 나이, 정치 성향까지 모두 다른 두 사람이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이 많았다. 문화일보는 2030 세대를 대변해온 이들에게 또래 세대가 왜 비상계엄 정국의 전면에 나섰는지, 2030 남녀의 정치 성향은 어떻게 다른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대표는 청년정치크루를 이끌며 2030의 시선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있고,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에서 활동했다.

―2030의 정치 참여가 주목받는다. 기성세대와 다른 2030의 특성은.

△이동수=2030 대부분이 산업화·민주화가 달성된 뒤 태어났다. 기존 산업화·민주화 의제가 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아, 다른 세대에 비해 무당층이 많고 정치적 유동성이 큰 세대다.

△박지현=이념이나 지역적 배경보다 현실적 공약, 내 삶과 맞닿아 있는 공약을 바탕으로 후보를 선택한다. 정당에 충성하는 대신 현실적 이익을 고려해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디지털 네이티브(원어민)’ 세대라 기존 선거민주주의를 넘어서 온라인 청원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엇이 2030을 광장으로 끌어냈나.

△이=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 김건희 여사 특검을 놓고 싸웠는데 청년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이슈였다. 그런데 비상계엄으로 청년층의 정치적 관심이 다시 커졌다. 자칫 일상이 무너질 수 있고, 민주주의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거리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민주주의는 공기와 같아서, 평소에 인식하지 않다가 계엄이라는 민주주의 파괴 상황을 보며 순식간에 일상의 위협을 느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계엄으로 난데없이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이들을 불러냈다.

―2030은 성별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상반되는데, 2030 남녀를 갈라놓은 근본 원인은.

△이=여성뿐 아니라 2030 남성도 초기엔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줄었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 표면적 메시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었지만, 이면의 컨센서스는 ‘이재명이 정권을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여성과 달리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큰 남성들은 관망으로 돌아섰다. 또 진보 진영 스피커들이 2030 남성을 ‘탄핵 반대 세력’으로 매도하는 데 대한 반발로 탄핵 찬성 여론이 한층 수그러들었다.

△박=여성과 남성이 연대해야 하는데 ‘남성은 탄핵 찬성 집회에 덜 나왔으니 극우’라고 하는 것은 납작한(얕은) 프레임이다. 최근 조사에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두고 남성도 과반인 65%가 용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서는 여성들도 있다. 남녀 구분보다 그들이 왜 집회에 나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주로 접하는 미디어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나.

△박=여성을 폄하·차별하지 않으면 주류에 섞이지 못하는 ‘군대 문화’ 같은 게 남성 중심 일부 커뮤니티에 있다. 남성성을 강조하며 소수자·여성을 차별하는 이들 커뮤니티의 문화가 주류가 되는 데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강경 보수층에 대한 유튜버의 영향력이 강해지며 일종의 ‘시민단체’로 작동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민사회는 진보진영의 영역이었는데, 2000년대 중반 뉴라이트 운동이 일면서 보수에도 시민단체가 탄생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수사에 나서며 보수 시민사회가 와해했다. 또 보수 신문·방송도 탄핵을 지지하니 실망한 보수층은 기성 언론 대신 유튜브에 의존하게 됐다. 일부 유튜버는 혐중(중국 혐오) 집회까지 하면서 사람들을 동원하는 창구 기능을 하고 있다.

―2030 남성은 탄핵 반대, 여성은 탄핵 찬성이란 도식은 맞나.

△이=‘2030 남성은 탄핵을 반대한다’는 건 정치권과 언론의 확대 해석이다. 온도 차이는 있다. 여성은 윤 대통령 탄핵에 확실한 동그라미, 남성은 세모 정도다. 남성들은 탄핵에 찬성해도 반이재명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관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 중 ‘2030 탄핵 반대 비율이 높다’는 조사는 적극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다 표집되는 ARS 방식인 경우가 많다. 강성 보수의 결집에 언론이 주목하며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변한 건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등 정치권에서 탄핵 반대 청년들을 ‘애국청년’이라 지칭하며 띄워 주고 있기에 더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박=한국갤럽에 따르면 2023년 7월에서 12월까지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응답자 2만1000여 명 중 응답 성공률은 60대가 8.4%로 가장 높고 18∼29세는 3.7%로 가장 낮다. 학업·직장으로 바쁜 젊은 세대는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으니 과표집 현상이 일어난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댓글을 다는 이용자는 전체의 3∼4%에 그친다. 그게 2030 남녀의 주된 의견이라고 보는 것은 게으른 태도라고 본다.

―2030의 정치적 미래는 어떻게 내다보나.

△이=향후 5년 이상 2030 세대는 ‘캐스팅보터’로 작동할 것으로 본다. 산업화 세대인 6070과 민주화 세대인 4050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2030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될 것이다. 정치권도 2030을 잡기 위해 어떤 어젠다를 던질지 생각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 변화 대응, 양극화 등 전반적 방향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2030은 단순히 청년 의제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정치판 자체를 뒤엎어야 한다. 평균 나이가 56.3세인 국회의원들이 디지털 전환, 지방 소멸, 기후 위기 등에 심각성을 느끼고 해결에 나설지 의문이다. 청년들이 다 같이 밀고 들어가야 한다.

조재연·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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