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에 세계 혼돈 미국 경제도 상응 타격 불가피 美 무역흑자 땐 기축통화 흔들
금융위기로 中에 기회 줄 수도 탈중국 공급망 재편 차질 우려 자유진영은 비교우위여야 상생
미국의 관세 폭탄이 세계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관세가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전방위 ‘관세 스톰’은 동맹국도 예외 없고, 산업·품목 제한도 없어 더욱 충격이다. 한국에도 압박이 거세 반도체·자동차까지 ‘4월 직격탄’이 이미 예고됐다.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은 협상용 성격이 짙어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해당국으로선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도 타격을 받는다. 일단 유예됐지만 캐나다·멕시코 소동에서 드러났듯, 이들에 대한 관세 인상은 결국 미국 물가 인상으로 돌아온다. 두 나라는 미국의 농산물 수입 중 44%나 차지해 관세가 오를수록 아보카도·오렌지 주스에, 소고기까지 가격이 급등해 바로 미 식탁 물가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철강·알루미늄 같은 소재는 물론, 자동차·반도체 관세 인상도 마찬가지다. 구리·알루미늄 등의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이들 소재로 만들어지는 냄비·골프채·가구 등에서, 스마트폰·비행기까지 파장을 피할 수 없다. 포드 등 자동차업계, 빅테크 등 미 산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캐나다에선 미 위스키 불매운동도 벌어진다. 미국이 전 산업에서 모든 상품을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한, 관세전쟁은 지속될 수 없다. 이런 ‘공멸의 부메랑’은 피해야 한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관세를 올려 무역적자를 무역흑자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는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상을 오히려 뒤흔드는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달러화가 세계 통화 역할을 하려면 미국 외부에 상품·금융 거래를 결제할 달러화를 충분히 공급하는 게 필수다. 미국이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물가 등에 부담이 커지는 것은 숙명이다. 유명한 ‘트리핀의 역설’이 일깨우는 핵심이다.
미국이 무역흑자가 되면, 미국 밖의 세계에선 달러화의 미 본토 귀환으로, 달러화가 부족해진다. 이는 강달러와 함께 교역 상대국의 금융위기 위험을 키운다. 금융위기가 터져도 미국은 달러화 발권이 무제한인 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위기에 놓인 국가는 치명적이다. 또 이런 위기는 달러화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위안화에 기회를 주게 된다. 달러화가 부족한 국가가 위기를 넘을 수 있다면, 위안화 결제로 갈아타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나 엔화가 달러화의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지만, 일시적일 뿐이다. 그렇다고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개편할 수도 없는 일이다. 트럼프 정부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가상화폐 결제로 보완하려는 저의가 읽힌다. 그러나 시세가 하루에도 수시로 급변하는 가상화폐로 국가 간에 결제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어느 나라가 손해를 감수하겠나.
미국의 역대 정부가 미국 밖의 달러를 불러들이기 위해 장기 국채를 발행해왔던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대미 무역흑자가 엄청난 일본·중국이 미 국채의 큰손이 된 배경이다. 미국이 무역적자에다, 국채 이자 부담과 예산 통제 등에 따른 재정적자까지 쌍둥이 적자가 고착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를 관세 수입 증가로 충당하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관세 인상으로 무역흑자를 늘릴수록 금융위기 위험을 키우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나라가 경제난과 정국 불안을 겪는 사태를 미국이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최종 목표가 각국의 미국 투자 확대인 만큼, 미국의 높은 인건비 등 투자 비용 감축 방안부터 제시해야 옳다.
미국이 축인 자유진영의 교역은 오랜 세월을 거쳐 정착된 비교우위 원칙을 따라야 한다. 이에 입각해 교역하고, 분업·협업해야 모든 참여국이 최대의 이익을 누리며 상생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 관세전쟁은 탈중국을 통한 세계 공급망 재편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뒤로 정부 지원을 받아 상대국을 피폐 시키는 중국의 약탈적 저가 수출과 비교우위에 따른 자유진영의 수출을 동일 선상에서 대응해선 안 된다. 무역흑자가 많다고 아일랜드·독일 등 유럽연합(EU)과 일본·한국 등 우방국을 압박하다간 중국의 길을 넓혀주는 모순적 결과를 낳게 된다. 일방적인 무차별 관세인상은 제 발을 찍는 부메랑을 초래할 뿐, 지속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