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인 그랜드 키친. 뷔페식의 메카인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프리미엄 디너 뷔페를 선보인 ‘그랜드 하얏트 제주’.
국내 최대 규모인 그랜드 키친. 뷔페식의 메카인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프리미엄 디너 뷔페를 선보인 ‘그랜드 하얏트 제주’.


■ 이우석의 푸드로지 - 뷔페

스웨덴 바이킹 항해전 단체 식사·프랑스 귀족 연회 유래설 등 다양
미국 ‘올유캔잇’ 일본 ‘바이킨구’ 한국선 ‘무한리필·셀프바’ 통용
국내 특급호텔 중심으로 고급화…떡볶이·갈비 등 가성비 매장도


졸업 입학식에다 2025년 새로 시작하는 다양한 모임까지, 은근히 여럿이 만나 얼굴 볼 일이 많을 때다. 크고 작은 행사가 있으면 그 자리에 밥도 따라간다. 굳이 연회(宴會)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모임과 행사에는 음식을 차려놓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 가장 익숙한 풍경이 바로 뷔페다. 뷔페식(buffet式, 食이 아니다)이라 불리는 것처럼 뷔페는 메뉴 종류라기보다는 ‘상차림 방식’ 중 하나다. 음식을 차려내는 법이기도 하고 이를 먹는 식문화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현대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 문화지만, 그 기원과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으며 흥미로운 진화 과정을 거쳤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뷔페를 즐길 수 있는 ‘파노라마 뷔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뷔페를 즐길 수 있는 ‘파노라마 뷔페’.


뷔페의 역사에 대해서 여러 주장과 설(說)이 난무하지만 북유럽과 프랑스, 러시아에서 그 기원설을 각각 찾을 수 있다. 우선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일대에서는 자신들의 조상, 바이킹의 식문화가 지금의 뷔페가 됐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의 스뫼르고스보르드(Smorgasbord)라는 뷔페 방식의 상차림이 8∼11세기에 번성했던 바이킹의 출전 및 개선 환영식에서 펼쳐졌다는 것.

‘서양 왜구’ 격인 바이킹들이 침략과 수탈을 위해 긴 항해를 떠나기 전에 연회를 벌일 때 음식을 차려놓고 먹었다는 얘기다.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한 장소에 펼쳐놓고 마음껏 먹고 즐기던 것이 뷔페의 기원인 아까 그 ‘스뫼르… 뭐더라?’라고 말한다.

공동체 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던 바이킹은 잔치나 축제를 상시 즐겼다. 거창한 잔치가 아니라 사냥, 어업, 농업을 통해 얻은 음식을 한데 모아 모두가 함께 먹던 풍습이었다. 큰 통에 스튜를 끓여 나눠 먹거나 구워놓은 고기를 가져다 먹었다. 지금으로 본다면 딱 뷔페의 모습이다. 193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장에 스웨덴은 그 스뫼르…스르드(?), 아무튼 ‘뷔페’를 선보였는데 이때 방문객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 덕에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여전히 스웨덴은 뷔페 종주국임을 강변하고 있다.

음식 문화의 강국인 프랑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뷔페는 16세기 프랑스 권력층들이 연회를 열 때 나온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17∼18세기에 왕가와 귀족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전 유럽의 사교가에 알려졌다는 얘기다. 식재료와 메뉴 수준이 매우 고급스럽고 푸짐하다는 장점 덕에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러시아도 한몫 끼어든다. 날씨가 추운 러시아에선 한꺼번에 차려놓은 음식이 식기 전에 각자 떠먹으라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것이 뷔페가 됐다고 주장한다.

초밥을 60분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회전초밥집인 ‘동해도 광화문점’.
초밥을 60분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회전초밥집인 ‘동해도 광화문점’.


어찌 됐든 뷔페는 원래 찬장(饌欌)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이니만큼 요즘 우리가 먹는 방식의 뷔페는 프랑스가 유행시킨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본에선 북유럽과 스웨덴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 뷔페를 ‘바이킨구료리’(バイキング料理), 즉 바이킹(viking)이라 부르는 곳이 많다. 1958년 일본 데이고쿠(帝國) 호텔이 일본 최초로 뷔페식당을 개장하면서 붙인 식당 이름인데, 이후에 일본에 생겨나는 뷔페가 죄다 바이킹이라 쓰면서 보통명사로 굳어버렸다. 요즘도 일본에 가면 뷔페 대신 바이킹을 그대로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스뫼르뭐시기보다야 3음절(일본어에선 ‘바이킨구’로 4음절)에 불과한 바이킹이 부르기 훨씬 좋으니 원래 의미만 차용해서 그리 부르는 것 같긴 하다.

뷔페가 가장 널리 통용되는 말이지만 미국에선 ‘올유캔잇’(AYCE·all you can eat) 레스토랑이라 해서 문장 뜻처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통용된다. 생활 속에서 실용성을 강조하고, 대식가(big eaters)가 많은 미국 사회답게 누구나 일정 금액을 내면 마음껏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곳곳에서 AYCE 식당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관광지인 라스베이거스 호텔가에 많다. 한때 라스베이거스 내에만 무려 70군데 대형 AYCE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었다. 심지어 예전에는 같은 호텔 체인 어디든 며칠씩 들러 마음껏 먹고 갈 수 있는 ‘BOB(buffet of buffets) 패스’를 판매해 인기를 모았는데 적자가 나는지 지금은 중단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음료 무한리필(노미호다이)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 일식 주점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토리노 라스베가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음료 무한리필(노미호다이)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 일식 주점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토리노 라스베가스’.


한국에서는 그냥 뷔페 또는 무한리필, 셀프 바 등의 이름으로 양껏 먹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특히 무한리필은 특정 음식을 계속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 저렴하고 푸짐함을 내세우는 식당에서 운영한다.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비스직 인건비가 적게 드는 대신 그 비용으로 푸짐하게 음식을 차릴 수 있으니 뷔페는 먹는 이나 장사하는 입장에도 잘 들어맞는다. 다만 자신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는 것이 귀찮고 싫은 이에겐 매력이 없다. 뷔페식당은 고급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많다.

대부분 호텔에선 조식 뷔페를 접할 기회가 많다. 이른 아침에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주방에서 간단히 음식만 차려놓고 알아서 가져다 먹게 하는 시스템이라 몇몇 되지 않은 인원으로 많은 손님을 동시에 유치하기에 유리하다. 게다가 외국인 투숙객의 특별한 식성도 고려할 수 있다. 그래서 호텔에선 편의성과 만족도 측면에서 대부분 조식 뷔페를 운용하고 있다.

춘천 명물 닭갈비를 비롯해 육류를 100분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집인 ‘춘천집무한철판닭갈비’.
춘천 명물 닭갈비를 비롯해 육류를 100분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집인 ‘춘천집무한철판닭갈비’.


격식과 허세가 잦아든 21세기 초반, 뷔페는 고급화되기 시작한다. 시간과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코스 요리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들도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고 만족도도 올라가자, 고급 호텔에서도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내세우며 뷔페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에선 신라와 롯데 등 특급호텔을 시작으로 뷔페의 고급화가 이뤄졌다. 로브스터와 스테이크, 양갈비, 참치회, 초밥 등 값비싼 식재료를 차리고 즉석에서 조리해서 내주는 라이브 존을 운영하며 매우 비싼 가격을 붙였다.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호텔가에 뷔페 바람이 불었다. 기존 뷔페식당에 시설과 콘텐츠(음식)를 대폭 보강해 재개장했다. 물론 가격도 대폭 올렸다. 그래도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실컷 먹는 이들이나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먹는 이들 모두가 만족감을 느낀 덕이다. 뷔페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대중식당에도 녹아들었다. 일상적인 밥과 국, 반찬을 차려놓고 가져다 먹는 ‘한식 뷔페’는 최근 같은 불경기에 인기가 올라 어느새 백반집 시장을 잠식했다. 특정 음식을 계속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은 떡볶이, 돼지갈비, 냉동삼겹살, 참치, 꽃게장 등 대중이 선호하는 메뉴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메뉴와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뷔페와 마찬가지다.

무한리필을 일본에선 ‘마음껏 한다는 의미’로 호다이(放題)라 부르는데, 여기서도 많은 음식 가짓수를 차려놓은 바이킹(뷔페)과는 개념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술과 음료 등을 무제한 주문해 마실 수 있는 것을 노미호다이(飮み放題), 음식의 경우 다베호다이(食べ放題)라 부른다. 보통 60∼100분 동안 음식(음료)을 자유롭게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대도시 도심 상권에 주로 많다.

중국은 뷔페를 쯔주찬(自助餐)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스스로 가져다 먹는 방식에 주목한 뜻이고, 무제한 먹을 수 있다는 의미로는 우셴쉬자(無限續加)라 부른다. 주로 훠궈집이나 마라샹궈 등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푸짐하고 자유로운 식사를 보장하는 뷔페, 곧 도래할 만남의 계절에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그 넓은 상차림에서 비로소 봄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먹을까

◇그랜드 하얏트 제주 = 그랜드 키친이 뷔페식의 메카인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프리미엄 디너 뷔페를 9만9000원에 선보였다. 조식과 점심은 각각 6만 원, 6만8000원. 그랜드 키친은 국내 최대 규모인 무려 300석에다 셰프만 30명에 달한다. 그릴, 시푸드, 아시안, 디저트, 콜드, 바 등 총 6개 스테이션에서 130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마카오 최고급 뷔페인 윈 팰리스를 총지휘한 20년 경력의 김영민 총괄 셰프가 구성했다. 제주산 제철 생선 메뉴와 게우밥 등 제주 향토요리가 강점.

◇파노라마 뷔페 =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곳. 가성비 좋은 식사 장소로도 좋지만 연회장이 마련되어 있어 직장이나 단체 행사를 치르기에도 딱이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요리가 구비되어 있으며 특히 생맥주 셀프 서비스는 회식이나 모임에 최적화되어 있는 인기 요소다. 식사 인원수에 비해 여유로운 스테이션 구성으로 쾌적함을 자랑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 63-8.

◇동해도 광화문점 = 초밥을 60분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는 회전초밥집.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운영하는 뷔페식 초밥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초밥을 골라 먹을 수 있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레일을 따라 지나는 초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동과 라면, 알밥 등도 선택해 곁들일 수 있어 든든한 한 끼를 보장한다. 뷔페 대신 셰프가 알아서 차려주는 오마카세(맡김상차림)를 선택할 수도 있다. 서울 중구 무교로 28 시그너스빌딩 지하 1층.

◇토리노 라스베가스 =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음료 무한리필(노미호다이)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 야키도리(닭꼬치)와 정통 일식 주점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마니아들로부터 인기 있는 기린 생맥주, 가쿠 하이볼 등 다양한 주류를 60분간 마음대로 주문해서 맛볼 수 있다. 한 잔에 8000∼9000원 정도 하는 음료 메뉴이니만큼 석 잔만 마셔도 얼추 본전을 뽑는다. 꼬치구이와 해산물 등 요리도 맛이 좋아 술이 알아서 척척 들어간다. 서울 중구 마른내로 13 1층.

◇춘천집무한철판닭갈비 = 춘천 명물 닭갈비를 비롯해 오리고기, 돼지고기 목살, 삼겹살, 소시지 등 육류를 100분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집이다. 원하는 고기를 담아와 철판에 올려 구워 먹으면 된다. 육질이나 양념 맛도 여느 닭갈비 집에 뒤처지지 않는다. 튀김과 볶음밥, 나물 등 서브 메뉴도 다양하고 라면을 끓여서 국물로 곁들여도 된다. 신기하게도 요금은 신장(120㎝)을 기준으로 대인과 소인을 구분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10길 5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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