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에 걸린 딸이 발레 교습을 받을 당시의 모습. CNN 캡쳐
영양실조에 걸린 딸이 발레 교습을 받을 당시의 모습. CNN 캡쳐


영양실조 상태…9살 아이와 비슷한 수준
홈스쿨링 하면서 유아용 프로그램만 시청



8살 때부터 딸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해 만성 영양실조에 걸리도록 방치한 호주의 40대 부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15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호주 퍼스 지방법원은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6년 6개월을, 그의 아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부모)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딸이 심각한 영양실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은 딸을 사랑했으나 신체적·정서적으로 딸의 발달을 도와야 하는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아버지는 딸이 8살 때 채식주의자가, 10대 초반에 비건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이 하루 세 끼를 먹었고 간식도 먹을 수 있었다”며 딸이 영양실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딸이 영양실조로 성장이 더디자 아버지가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2살 어리게 만든 곳으로 조사됐다.

딸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머리카락이 부서지고 피부가 벗겨지는 상태였다고 한다. 17살인 그의 키는 147.5㎝, 몸무게는 27.3㎏였다. 이는 9살 아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양실조가 심해 딸의 심장마비 및 사망 위험성이 높았지만, 부모는 “의사들이 음모를 꾸민다”며 딸의 치료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부부는 일반적인 10대 청소년과 달리 홈스쿨링을 하면서 딸에게 ‘텔레토비’ ‘겨울왕국’ ‘토마스와 친구들’ 등 유아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해 정서 발달을 저해한 혐의도 있다.

. 딸은 부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딸은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모님은 삼시 세끼 만들어주셨다”며 “음식을 얼마나 먹을지는 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전적으로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다”며 “부모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랑하는 분들이다. 부모님이 감옥에 간다면 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딸은 관리 당국의 보호 아래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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