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주당 ‘정체성 논쟁’ 가열
친명 “DJ·文도 중도우파 얘기
보수 껴안아야 국민 통합 가능”
이인영 “李대표, 파란색 옷입고
빨간색 가치 얘기하는 건 어색”
국힘 “李발언은 영혼없는 짝퉁”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이념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배경에는 신(新)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와 구(舊)주류인 친노(친노무현)·86그룹의 노선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고, 22대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당을 장악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의 민주당’ 행보가 노골화하자 구주류에서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중도 보수’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재벌 해체를 주장한 과거 발언이나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후퇴’ 등 최근의 반(反)기업적 행보를 고려하면 ‘보수’라는 레토릭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는 20일에도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을 놓고 논쟁을 이어갔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 출마 전 ‘우리 당은 중도 우파 정당’이라고 얘기했다”며 “국민의힘이 보수의 가치를 버린 상황에서 민주당은 합리적 중도 보수를 껴안아야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내란’에 동조하는 극우로 규정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친명계 재선인 김현·전용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 전 대통령이 중도 우파 정당임을 표방한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온 것은 역사적 사실인데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며 “당의 노선을 변경하려면 대표가 일방적으로 선언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고민정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마음은 뭔지 알겠다”면서도 “중도 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우리가 보수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부분은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인영 의원은 SNS에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년 12월 ‘탄핵 국면’에서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진보가 아닌 보수”라고 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총량으로 보면 보수 색깔이 더 많다”라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구체적인 발언이나 행보를 보면 이 대표를 보수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2017년에 이어 20대 대선 당시에도 “재벌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우클릭’을 표방하며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포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기조를 바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보수정책 베끼기는 영혼 없는 ‘C급 짝퉁’”이라고 비판했다.
나윤석·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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