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민주당은 성장을 중요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밝혔다. 의아해하는 기자들을 향해 “우리는 원래 진보정당이 아니다. 진보는 정의당·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당이 시대 변화에 맞춰 노선이나 이념을 바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 독일 사회민주당의 신중도 노선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내 합의를 거쳐야 하고, 정강·정책 변화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도 당원도 진정성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조기 대선을 가정한 외연 확장 전략으로 비친다. 이 대표는 야권 대표 대선 주자로 자리 잡았으니, 진보 성향 유권자는 대체로 이 대표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을 탄핵 반대 정당으로 몰고, 탄핵 찬성 세력만 결집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은 타당하다. 실제로 같은 날 이 대표는 기본소득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과 ‘내란종식 원탁회의’를 출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중도 성향을 강화한다면 좋은 일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뿌리인 신익희·조병옥의 민주당부터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까지는 중도보수 정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반미·반시장 노선이 강화됐고, 강경 운동권·노조 세력에 휘둘려왔다.

이런 문제에 대한 시정 없이 우클릭과 중도보수를 외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최근에도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 번복, ‘기본사회’ 재검토 백지화, 민생회복지원금 재추진 등만 봐도 그렇다. 지금도 강령에는 ‘기본사회’‘민주적 시장경제’ ‘노동존중’ 등 사회주의 지향의 정책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니 당내에서도 “정체성을 대표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자 몰역사적”(김부겸)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김경수)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이야기한다”(이인영)는 비판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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