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회의실에서 반도체특별법과 노동약자보호법 등 실제 노동현장에 도움이 되는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회의실에서 반도체특별법과 노동약자보호법 등 실제 노동현장에 도움이 되는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데스크가 만난 사람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Q. 탄핵심판 어떻게 보나

단심제 헌재 탄핵심판 문제많아
野실체 알려지며 ‘민심 대반전’

반도체 현장은 ‘속도 전쟁’인데
주 52시간에 묶여 혁신 안 나와
민주당, 노조 눈치 보고 보이콧

저출생·고령화로 현장 활력잃어
상반기에 일자리 창출 집중할것
정년연장 경사노위 논의 재개도


인터뷰 = 김충남 사회부장 utopian21@munhwa.com
정리=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이다. 인터뷰는 어렵게 성사됐다. 탄핵 정국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는 부담스럽다며 수차례 고사했다. 정책 중심으로만 하겠다고 간청한 결과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만났다. 실제로 일자리 문제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특례 적용 등 정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 장관은 특례 적용을 놓고 말을 바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되자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정책에 정치(정무)적 사안이 개입되자 대화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그는 이 대표를 겨냥해 ‘먹사니즘, 잘사니즘 구호만 외치지 말고 반도체특별법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했다. 역시 노련한 정치인 출신 장관다웠다.

인터뷰 내내 반도체 등 우리 산업의 국가 경쟁력 확보, 청년층 일자리 문제 해소, 사회적 약자 지원 등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하는 정책과 비전을 내세웠다. 그는 2017년 태극기 부대, 전광훈 목사와 함께하며 ‘4·3은 무장폭동’ ‘세월호 추모는 죽음의 굿판’ 등 극단적 언사를 하던 ‘아스팔트 우파 정치인’이 더 이상 아니었다.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중량감 있고, 합리적인 행정가이자 정치인 이미지로 리셋 중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지지층이 어디에 있는지 놓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는 반대하지만 탄핵에 이를 만큼의 잘못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야당의 실체를 국민이 알게 됐고,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단심 판결하는 탄핵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민심의 대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도 죄가 있는 거 같은데 사법처리 받지 않는 것을 국민이 더 어리둥절해 한다고도 했다.

―최근 반도체특별법 이슈가 뜨겁다.

“민주당 이야기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바꿔서 하면 될 거 같다’고 한다. 이 대표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 될 것처럼 했는데, 어렵다고 한다. 노조가 반대해도 설득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말하려면 반도체특별법이라도 좀 제대로 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먹사니즘을 말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실제로 현장에 가 보면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속도 전쟁이다. 누가 빠르냐가 사활을 가른다. 속도를 빨리하는 방법은 천재가 나오거나 오래 연구하는 것이다. 노조는 오래 연구한다고 물건이 나오냐는 논리지만 공부를 많이 해야 잘할 수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열심히 오래 하는 사람이 물건을 잘 만든다. 반도체 연구를 해야 격차를 벌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데 무엇으로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느냐.”

―노동운동을 해본 고용부 장관으로서 본 노동 현장은 어떤가.

“노동과 내 삶은 불가분의 관계다. 지금 노동현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노동현장의 활력은 떨어지고 산업 전환 속에 ‘쉬었음’ 청년의 증가 등 일자리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노사법치를 토대로 한 노동개혁이 절실하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장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

―지난 1월 구인배수가 0.28로 26년 만에 최저치로, 고용 둔화 우려가 크다.

“젊은이들이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 수가 확 줄었다. 민간 대기업은 올해 투자계획이 별로 없다. 경제 여건이 고용불안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상반기에 일자리 창출 역량을 집중하고 노동 약자 지원을 위해 직접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하겠다.”

―노동계 화두였던 정년연장(계속고용) 의제도 멈춰 있다.

“계속고용을 위한 제도개선은 노사 타협안을 토대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잠정 중단 상태인 경사노위 사회적 논의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근로시간 개편 등이 노동개혁 과제였다. 어떻게 돌파를 해야 하나.

“요즘 보시다시피 국민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중요하다. 언론에서 법이 바뀔 수 있도록 여론을 주도하고 어젠다를 세팅하고 방향을 바꿔줘야 한다. 그런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바뀌어도 안 된다. 국회 의석은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전엔 법이 안 바뀐다.”

기자는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자 했지만 참패했으니 집권 여당으로서 야당과 대화하고 읍소해서라도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읍소한다고 되는가. 탄핵도 보면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등 스물 몇 명을 다 했다. 읍소했으면 오히려 탄핵이 더 많아졌을 거다.”

―그래도 국회에서 여야가 기브앤드테이크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계엄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답답한 상황이다.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국가적 공백이나 손실이 얼마인가.”

―비상계엄에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나.

“당연히 반대다. 비상계엄을 해서 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계엄을 찬성하진 않지만 대통령의 권한이고, 어떤 불법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계몽령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젊은이들이 깨어나도록 교육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됐고 국가적 위기다. 돌아오면 좀 다르지 않겠나. 대통령도 나오시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본다.”

―탄핵 심판은 어떻게 보나.

“잘 모르겠다. 다만 대통령은 5000만 명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단한 자리다. 헌법재판관과 국회의원이 쉽게 파면시킬 수 있는지 봐야 한다. 다른 나라는 파면 제도가 있어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미국도 상·하원을 거친다. 반면 우리는 국회에서 의결하면 직무가 정지되고, 헌재 탄핵심판은 단심제다. 헌재 재판관들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이런 제도가 문제가 많다고 보고 민심이 반전되고 있다.”

―탄핵 제도가 잘못됐다는 의미인가.

“이번이 세 번째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연속으로 탄핵하는 곳이 있는가. 제도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가. 국회의원들은 소환도 없고 파면도 없다. 국회의원은 (행정부 각료를) 다 탄핵할 수 있지만 본인들은 그게 없다. 대통령을 이렇게 해서는 살아남는 사람이 있겠느냐. 사법부도 한번 돌아보고 헌재도 돌아보고, 이런 부분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건 민주당의 탄핵 남발 때문이다. 이걸로 계엄을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탄핵할 정도인지 봐야 한다. 대통령이 큰 잘못을 해서 탄핵이 된 게 아니다.”

―그래서 현행 권력구조를 개편할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탄핵보다 더 어려운 게 개헌이다. 국민들이 잘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 큰 변화의 변곡점에 와 있다. 누구는 개헌하자고 하는데, 이 대표가 예스할 이유가 없다. ”

―향후 정국이 불확실하지만 남은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5인 미만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적용이다. 다만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단계적·점진적 적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고 오요안나 사건’을 보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 약자 문제를 꼭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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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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