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11채를 팔아야 서울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는 시대다. 서울에서도 강남 3구 아파트 1채면 노원·도봉·강북 등 저가 지역 아파트 5.5채를 살 수 있다.(KB부동산) 서초·강남·송파(서울 동남권)구 아파트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지만 매수 심리는 전주보다 1.5포인트 상승한 100.2(2월 10일 기준)에 달한다. 산다는 사람이 판다는 사람보다 많은 것이다. 반면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동북권은 전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시세의 매물이 널렸지만 매수 심리가 전주보다 1.5포인트 하락한 90.5다. 매수 심리 지수가 100 이하일 경우 판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은 적다는 의미다.




과거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요새만큼 극명하진 않았다. 2022년 짧고 굵었던 폭락장 이후 2023년 초 반등장에서부터 초양극화 추세가 본격화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등기는 빌라나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에만, 지방 아닌 서울에만, 비강남이 아닌 강남에만, 강남 중에서도 구축이 아닌 대단지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에만 쳐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게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여도 저가 지역만 유탄을 맞을 뿐 고가 지역의 상승세는 꺾지 못했다.

무엇이 이 같은 초양극화를 초래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다주택자를 징벌하는 정책 탓이다. 다주택을 하면 집을 살 때 집값의 최대 12%의 취득세를 내야 하고 보유 기간에는 더 높은 종합부동산세율이 적용된다. 팔 때는 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이 시대에 다주택은 세금 규제의 올가미를 스스로 뒤집어쓰는 일이며 미래에 어떤 세금 철퇴를 맞을지 모르는 불안한 투자 포지션이다. 상황이 이러니 다주택자들은 가진 것 중에 가장 똘똘한 1채만 남기고 지방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은 판다. 1주택자가 된 이들은 주택 수를 늘리는 대신 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탄다.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집중은 고가 주택을 더 비싸게, 저가 주택은 더 싸게 만든다. 이 가운데 지방, 비아파트 시장은 황폐해졌다. 그러나 집을 사고(buy) 싶진 않아도 살(living) 곳은 필요하다. 세를 놓는 다주택자들이 감소하는 동안 전국 주택 월세 가격 평균은 2020년 1월 65만2000원에서 지난 1월 77만6000원으로 20% 가까이 급등했다. 1가구 1주택이 선(善)인 사회의 비극이다.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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