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중립성·공정성 심각 훼손 자초
헌재법·형소법 위반도 수두룩
재판관 3명이 ‘우리법’ 출신

거야의 ‘우리 편’ 선택 남용 탓
국회 몫 재판관 합의 선출로
정파 편향 헌재 중립성 높여야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심판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도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 변론 과정에서 헌재가 생각보다 엉성하고, 매우 정치적이며, 절차적 공정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등 최고 법원으로서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동으로 정당성 훼손을 자초했다.

헌재는 헌법 제111조에 규정된 대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공직자 탄핵심판 △정당 해산 심판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을 관장하는 대한민국 최고 재판소다. 그간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수도 이전 위헌결정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신뢰를 쌓은 헌재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다. 3심제인 일반 재판과 달리 헌법재판은 단심제여서 더 신중해야 하고, 당사자는 물론 국민의 반발과 불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비 소지를 철저히 차단해야 했지만, 이번 비상계엄 등 일련의 탄핵심판에서 설립 36주년 만에 최악의 신뢰 파탄 위기에 봉착했다.

우선, 정치 편향성이 심각하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과거 SNS 등에 올린 진보·야당 편향적인 글로 중립성이 많이 훼손됐다. 보통 판사들도 정치 성향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데, 법관으로서 자질 문제다.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동생과 배우자들의 친야적 활동이 문제가 됐는데, 공교롭게 세 재판관은 모두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핵심 세력으로 떠올라 ‘법원 내 하나회’ 비판도 받는 특정 서클 출신이 8명의 재판관 중 3명이나 차지한 것은 헌재의 중립성에 큰 흠결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을 보류한 마은혁 재판관까지 들어왔으면 우리법·인권법 출신은 4명이나 됐다.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법·인권법 출신의 헌법재판관 과다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편’이면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마구 임명했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문·이 재판관은 문 대통령이 임명했고, 정 재판관은 얼마 전 민주당이 선출했다. 특히, 마 재판관 후보자는 정 재판관이 법원장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다. 한 법원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2명을 헌법재판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선출하는 민주당의 무신경이 놀랍다. 우리법연구회는 2018년에 해산됐지만, 인권법연구회는 아직도 건재하다. 자진 해산하든지, 조희대 대법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는 ‘우리 편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왔는데, 국회 추천 3명은 좀 독특했다. 여당과 제1야당이 1명씩 가지는 재판관은 확실한 우리 편을 선택하지만, 여야 합의로 추천되는 1명은 중도 성향이 많았다. 업무평가도 좋았다. 헌법에 따라 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차제에 국회 선출 3명 모두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으로 선출하지 말고 재적 3분의 2 이상으로 선출하도록 관련 법을 고치면 국회 몫 재판관 3명은 극단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합리적인 중도 성향 재판관이 나와 헌재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헌재는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해 자신의 존립 근거인 헌재법을 위반하는 행태도 보였다. 헌재법 제32조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 박고 있는데도, 헌재는 ‘원본이 아닌 사본은 괜찮다’며 검찰 수사기록을 모두 송부받았다. 헌재 심판규칙 제39조 2항 ‘원본을 제출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증등본(복사본)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문제없다는 태도인데, 어불성설이다. 하위법으로 상위법을 어기는 게 괜찮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또, 헌재법 제40조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고,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반대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헌재는 관례를 앞세워 증거로 채택했다. 헌법재판이 정치 재판 성격이 있다고 해도 이런 지경이면 헌재의 위헌·위법 행태가 탄핵 대상 아닌가.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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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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