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의 Deep Read - 尹 탄핵심판 결정 임박

尹 탄핵안, 기각·인용 결정 앞둬… ‘정치인 체포하라’ ‘의원 끌어내라’ 메모·진술 오락가락
헌재, 위헌·위법 논란에 강한 정치편향… 증거 보강 없이 섣부른 결정 땐 존립 흔들릴 수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25일 대통령 최후 변론을 끝으로 사실상 기각이냐 인용이냐의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헌재는 윤 대통령을 직에서 파면할 만한 ‘중대한 불법’을 확인했는가. 대통령을 탄핵에까지 이르게 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가. 적법한 절차와 공정한 심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탄핵심판의 기준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소추의 요건으로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탄핵심판의 기준이기도 하다.

첫째, 직무 집행은 탄핵소추 대상자가 현재 수행 중인 직무를 말하며, 과거에 했던 일을 말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2004년)에서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했던 일들이 탄핵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확인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MBC 재직 시절의 문제를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한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위헌·위법한 행위일 것이 요구된다는 건 정치적 실정이나 도덕적 비난 같은 것은 탄핵소추 사유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탄핵제도는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결정하는 미국의 탄핵제도와 달리 독일식의 사법적 탄핵제도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헌재는 이 두 가지의 탄핵심판 기준에 더해 ‘불법의 중대성’이라는 기준을 추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처음 제시됐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 이 기준은 탄핵심판 대상자를 파면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첫째와 둘째 기준의 충족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며, 그 위헌성은 헌법 제77조 제1항의 두 가지 요건(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을 갖추지 못한 것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셋째 요건이다. 과거의 비상계엄과는 달리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6시간의 ‘최단기 계엄’으로 끝났을 뿐만 아니라, 동원된 계엄군의 숫자가 적었으며, 계엄 과정에서 인명 살상이 없었고, 물적 피해도 국회 의사당 유리창 파손 등 매우 가벼웠으며,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을 의결하자 곧바로 계엄을 해제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불법’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란과 ‘중대한 불법’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불법의 중대성 문제와 직결돼 있는 것이 계엄 진행 과정에서 내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비상계엄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공격했고,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내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경고용 비상계엄이었다고 말했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이 미치지 못하게 하거나(국토 참절),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한 것이어야 한다. 형법 제91조에 따르면 국헌문란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헌법·법률의 무력화)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헌법상 국가기관의 무력화)을 말한다.

비상계엄에 의한 계엄군 투입과 관련해 내란 행위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은 국회의 무력화를 시도했는지 여부이며, 만일 이를 통해 내란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계엄 관련 불법의 중대성이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단지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만으로는 국회의 무력화를 인정하기에 충분치 않다. 윤 대통령의 주장처럼 단순히 질서유지를 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무력화 주장의 핵심 쟁점은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 여부, 계엄 당일 국회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여부이다.

국회에서도, 수사 과정에서도,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변론 과정에서도 두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증언들이 있었고, 엇갈리는 부분들이 적지 않게 노출됐다. 체포 지시에 관한 국가정보원 1차장 홍장원의 진술이나 메모 내용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됐고,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전 특수전사령관 곽종근의 증언도 여러 차례 번복됐다. 더욱이 국회 투입 계엄군들은 의원들을 끌어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증인 소환이나 신문은 없었다.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신경 써서 보완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헌재의 신뢰성

과거 노무현(2004년)·박근혜(2017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와는 달리 현재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관련한 정치적 편향성 우려가 매우 크다. 특히 심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훼손 문제나 불공정성 논란은 앞선 두 차례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일절 제기되지 않은 사항들이었다.

국회 탄핵소추단의 내란죄 철회에 대한 헌재의 ‘권유’ 논란,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문형배의 SNS 게재 글 내용 논란, 재판관 이미선의 동생과 관련한 정치 행태 논란, 재판관 정계선 남편과 탄핵소추단과의 관계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임명받고 출근한 지 2일밖에 되지 않은 방송통신위원장 이진숙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8명 재판관의 의견이 정치 성향과 임명 배경에 따라 4 대 4로 엇갈린 것은 정치적 탄핵심판에 대한 우려를 크게 자극했다.

더욱이 헌재가 변론준비기일부터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고 강조한 점에 대해서도 법조계와 학계의 비판이 날카롭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탄핵심판에 대해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탄핵심판은 헌법 제27조의 ‘법률에 따른’ 재판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은 결과 헌재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불일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헌재는 내란 행위로 인정해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윤 대통령을 파면했는데, 법원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내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헌재의 존립 기초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 비록 25일 윤 대통령의 최후변론이 진행되지만, 헌재는 추가적 변론을 통해 핵심 쟁점들에 대한 증거를 보강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

■ 용어 설명

‘불법의 중대성’은 탄핵심판의 기준으로 인정되는 개념. 헌법이나 법률엔 명시되지 않았지만 ‘비례원칙’의 구체화라고 볼 수 있으며, 불법의 정도와 제재의 정도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함.

‘형사소송법 준용’이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관련해서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내용을 따르도록 한 것. 헌법재판소법 제40조 1항에 ‘탄핵심판에 형사소송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 세줄 요약

탄핵심판의 기준 :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불법의 중대성’을 확인할 증거가 있어야. 불법의 중대성은 노무현 탄핵심판 이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 기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할 중대한 불법을 확인했는지가 중요.

내란과 ‘중대한 불법’: 불법의 중대성과 직결된 것이 계엄 과정에서 내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국토참절’은 해당 없고 ‘국헌문란’은 논란이 됨. 하지만 관련 메모나 진술이 번복되는 상황이어서 추가 심리가 필요.

헌재의 신뢰성 : 과거와 달리 현재의 탄핵심판은 정치적 편향성 우려를 낳아. 특히 형사소송 규정을 준용하지 않은 결과 헌재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불일치할 경우 극심한 혼란으로 인해 헌재 존립 자체를 흔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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