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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Economy - ‘안전자산’ 선호 커져… 금값 연일 최고치 경신

세계 남은 금 매장량 5만3000t
15~20년 뒤면 채굴 광산 고갈
희소성 커져 금값 계속 오를것

오일 쇼크 등 변수마다 변동폭↑
올해 1트로이온스당 2937달러
연말 3300달러까지 오를 수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전 세계 투자금이 안전자산인 금(金)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값 전망치를 트로이온스(약 31.1035g)당 3100달러(약 446만 원)로 높여 잡았다. 한국도 경기 침체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거래되는 금값이 국제 금값보다 비싸지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우주서 온 희소한 광물, 매장량은 감소 중=금은 지구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물질이다. 학자들은 금을 초신성 폭발과 중성자별 충돌 등 막대한 에너지로 만들어져 지구 표면에 남아 있는 물질로 보고 있다. 희귀한 만큼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화폐와 달리 금은 실물가치가 변하지 않아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는다. 여기에 금 매장량이 줄면서 금을 채굴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금 매장량은 6만4000t, 생산량은 3300t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현재까지 채굴된 금의 총량은 약 20만1296t이다. USGS에 따르면 채굴되지 않은 전 세계 금 매장량은 약 5만3000t으로 추정된다. 현재 연간 금 채굴량은 약 3000∼3500t이며 이 속도라면 15∼20년 안에는 새로운 금 매장지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금의 희소가치는 더 높아질 예정이기 때문에 금값 상승은 자명하다.

또 금맥을 찾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환경파괴 우려로 개발 허가를 받기는 어렵다. WGC에 따르면 금 생산량은 2018년부터 정체기에 접어들다 2020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기록한 이후 2021년 2.7%, 2022년 1.35%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새로운 금 매장지를 찾기도 어렵다. 전 세계 금광 가운데 충분한 양을 갖춘 곳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값은 뛰고 금을 캘 곳은 줄어들자 불법적으로 폐금광에서 금을 캐는 이들도 생겨나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3대 금 생산국 중 하나인 말리 서부에서 폐금광에서 생계를 위해 금을 캐던 채굴꾼 중 최소 48명이 지난 16일 금광 붕괴로 사망했다. 1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폐금광에서 불법으로 금을 캐려던 채굴꾼 수백 명이 정부 단속에 빠져나오지 못해 약 100명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안전자산으로 각광=금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인플레이션이 불거지거나 혹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 기후 등 불확실성 변수가 발생할 때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금값의 변동 폭이 컸을 때는 2차 오일쇼크 이후였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금융위기 때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자 2011년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전쟁, 가자지구를 둘러싼 중동지역의 확전 양상이 지속되면서 횡보세를 보이던 금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금값의 변동폭을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장벽을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각국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와 성장률 둔화 우려가 확산했다. 지난해 9월 2.4%까지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로 높아졌다. 또 관세 부과가 예고되자 매주 금값이 상승했고, 13일 트로이온스당 2942.70달러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금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한 이후 7%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의 제임스 스틸 귀금속 분석가는 “관세가 더 많이 부과될수록 무역에 차질이 생기고, 금에 더 유리한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니키 실즈 MKS Pamp 금속 전략가도 “관세 헤드라인과 금 가격 상승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 선 이상 전망도=금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위협, 이민규제 등을 고려하면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도 위험 수위를 넘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8400억 달러로 늘었다. 이자 비용만 392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유발해 금 수요를 자극할 전망이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값 전망치를 최근 트로이온스당 3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씨티그룹도 목표가격을 3000달러로 높였다. 미국의 관세장벽을 비롯해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투기 수요를 불러일으켜 최고 33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 리스크와 별개로 JP모건, HSBC 등 월가 은행들이 금괴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최대 규모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2022∼2024년 동안 매년 1000t 이상 금을 매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는 달러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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