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인 바이윈어보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인 바이윈어보의 모습. 연합뉴스


■ 10문10답 - 트럼프가 불붙인 ‘광물 전쟁’… 희토류가 뭐길래

‘희귀한 흙’… 17개 원소 지칭
화학적으로 안정·열 잘 전달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재료

수요 넘치지만 공급처는 한정
중국, 수출 통제 ‘무기화’ 하기도

우크라에 2조달러 이상 매장
미국,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해
그린란드 탐내는 이유도 ‘자원’


미국 희토류 광산업체 MP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캘리포니아 광산의 모습.  로이터
미국 희토류 광산업체 MP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캘리포니아 광산의 모습. 로이터


이근홍·최지영·이현욱·박수진· 박준희 기자,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재정적 지원에 대한 대가로 요구해 온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광물 협정’이 타결 국면에 돌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있는 희토류 광물에 대한 약 50%의 소유권을 최우선 협상 카드로 내밀었는데, 국제사회에서조차 기업가 출신 대통령의 강압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자원 확보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으며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도 돈으로 사겠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관세 전쟁’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자원 전쟁’에 대한 궁금증을 10문 10답을 통해 알아본다.


1. 희토류란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라는 의미로, 하나의 광물이 아닌 원자번호 57에서 71번까지의 15개 원소에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총 17개 화학 원소를 지칭한다. ‘땅속에 거의 없는 물질’(Rare Earth Element)이라는 영어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땅에서 소량만 구할 수 있다. 희토류 원소는 한 암석 안에 하나의 원소가 함유된 것이 아니라 구분이 어려운 여러 개의 원소로 섞여 있다. 특히 희토류를 채굴하고 고순도 제품으로 정련하는 과정에서 중금속 등 공해물질이 대량 발생해 주요 선진국에서는 환경오염 우려로 생산을 꺼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희토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릴 만큼 사용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는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 배터리·군사 장비부터 연마제·유리·형광체 등의 제조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처는 한정된 희토류는 강대국 간 새로운 전략자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미국이 파병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온 무기 등 각종 지원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의 최대 공급처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미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의 가치가 2조∼7조 달러(2877조∼1경69조50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수 희토류는 러시아가 집중 공격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점령해 희토류 33%를 확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질학 연구소는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희토류가 발견되긴 했지만 정확한 매장량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3. 타결 임박한 미·우 광물 협정

미국·우크라이나 간 경제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강화한다는 광물 협정 구상은 우크라이나도 원했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협정문 첫 초안에 안보보장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맹비난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계속하며 합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상에 대해 “우리는 합의에 서명할 것이고 꽤 단기간에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광물·가스·원유 등 천연자원뿐 아니라 항만과 다른 기반시설에서 창출하는 수입의 절반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의 자원 수입은 미국이 100% 지분을 갖게 되는 기금에 투입되며, 우크라이나는 기금액이 5000억 달러에 달할 때까지 계속 돈을 넣어야 한다.

4. 트럼프발 자원 전쟁 향배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희토류 소유권 요구에 앞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 국제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드러내 왔는데 이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전통적 가치를 넘어 중국 견제를 위한 ‘자원 교두보’로의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실제 그린란드에는 석유·가스뿐 아니라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라우드 도즈 영국 로열 홀러웨이 런던대 지정학 교수는 “트럼프에게 그린란드가 더 매력적인 이유는 그린란드가 중요한 광물의 잠재적 공급원으로 중국의 희토류 패권을 막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그린란드의 지리적 이점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얼음이 녹으면 그린란드에서 석유 시추와 구리·리튬·니켈·코발트 같은 광물 채굴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5. 왜 중국의 지배력이 강한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최대 생산국이다. 우선 중국에 매장돼 있는 희토류 양부터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희토류 부존량은 4400만t으로, 전 세계 부존량(1억1582만t)의 38%를 차지한다. 2위인 베트남(2200만t) 부존량의 두 배 규모다. 특히 중구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 있는 바이윈어보(白雲鄂博) 광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희토류 광산이다. 여기에 중국은 희토류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능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희토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지원해 자원을 정제하고 가공할 수 있는 대규모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희토류는 추출 및 분리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데 중국의 환경 규제는 느슨하다. 중국 내 낮은 인건비도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높인 요인 중 하나다. 이에 중국은 현재 정제된 희토류 전 세계 공급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왼쪽부터 희토류 광물 산화세륨·바스트나사이트·네오디뮴 산화물 및 탄산 란타늄 샘플.   로이터
왼쪽부터 희토류 광물 산화세륨·바스트나사이트·네오디뮴 산화물 및 탄산 란타늄 샘플. 로이터


6. 중국의 전략 자원 수출 통제 실태는

중국은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의 수출을 통제하며 국제적 협상력을 강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2010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다. 당시 중국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이 불거지자 희토류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 조치했다. 당시 전 세계 희토류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는 등 공급망에 큰 혼란이 일었다. 중국은 이후 이러한 ‘자원 무기화’를 더욱 노골화했다. 2023년 12월 중국은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을 금지했고 지난해 10월 1일부터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 당국의 확고한 통제 의지를 법제화한 ‘희토류 관리 조례’를 시행했다. 중국은 희토류 외 다른 전략 자원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해왔다. 2023년 8월 갈륨과 게르마늄의 대미 수출을 통제했다. 그해 말 해제했던 중국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으로 갈륨·게르마늄의 대미 수출을 또 한 번 통제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텅스텐과 비스무트, 인듐 등 희소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동했다.

7. 희토류 못잖은 주요 전략자원은

최근에는 차세대 산업인 2차전지 부품(양극재 등) 제작을 위한 다른 주요 전략자원의 분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물자원 종합 포털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리튬은 중남미 국가인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약 1290만t(46.1%)이 매장돼 있으며, 세계 최대 생산국은 호주(약 8만6000t·47%)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약 5500만t·42%)과 생산량(약 180만t·50%)이 가장 많은 국가다. 아프리카 지역인 콩고는 코발트가 600만t으로 가장 많이 묻혀 있는 지역으로, 이곳에서 전 세계 코발트의 73.9%인 약 17만t이 생산되고 있다.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약 60만t·31.6%)과 호주(약 50만t·26.3%)에 주로 매장돼 있다. 최다 생산 국가는 남아공으로 연간 전체 2000만t 중 720만t(36%)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음극재의 핵심 소재이자 미국의 수입 규제, 중국의 수출 통제로 주목받고 있는 흑연은 중국에 가장 많은 약 7800만t이 매장돼 있다. 전체 매장량 2억8000만t 중 약 27.8%다.

8. 한국의 핵심자원 수입 의존도는

반도체·2차전지 등 우리나라 미래 첨단 전략산업에 필수적인 주요 원자재는 상당수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희토류 수입국 1위는 중국이다. 한국은 희토류 화합물 2774t 중 1813t(65.4%), 희토류 금속 145t 중 116t(80.0%)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수산화리튬의 대중국 수입량은 8만3863t으로 전체 수입량(10만1446t)의 82.7%에 달한다. 수산화리튬은 고용량·고밀도 전기차 배터리나 고용량 니켈 양극재 원료 등으로 쓰인다. 소형 전기차나 가전제품 배터리 등을 제조하는 데 주로 활용되는 탄산리튬의 경우 전체 2만6965t 중 2만471t(75.9%)을 칠레에서 들여왔다. 2차전지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도 압도적으로 중국산이 많다. 천연흑연은 2만9400t 중 2만8599t(97.3%), 2차전지 제작을 위한 인조흑연은 9242t 중 9134t(98.8%)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9.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은

정부는 지난 18일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의 공공기관, 민간 협·단체 및 기업과 합동으로 ‘핵심광물 투자 협의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 등에 따른 것이다. 협의회는 핵심광물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공급망안정화기금에서 올해부터 연간 500억 원 수준의 민·관 핵심광물 공동투자를 추진한다. 특히 정부는 국제 공조를 통해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미·영·일·독 등 14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을 맡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MSP 회원국과 광물부국 간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 핵심광물 산업 동향을 파악하면서 이를 업계와 공유해 국내 기업들의 관련 사업 참여 기회 확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MSP는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와 다변화를 위해 2022년 6월 미국 주도로 출범한 협의체다.

10. 환경문제 해결 위한 대체 기술 개발

희토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채굴·정제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생산의 한계로 꼽힌다. 우선 희토류 광석에서 원소를 추출하기 위해 산 같은 강한 화학약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게 된다. 또 일부 희토류 광석에 라듐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가 함유돼있는 것도 희토류 생산의 리스크다. 채굴 후 발생하는 폐기물과 폐수가 하천·지하수로 유입될 위험성도 있다. 이에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는 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한국재료연구원이 고가의 중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성능 영구자석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근홍
최지영
이현욱
박수진
박준희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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