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서 대상받은 김수진 씨
8명 참가 고단한 여정 발표
“자유없는 北에서의 20대로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세계가 안전·정착 도와주길”
“몇 달 전 지인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가고 싶으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자유와 행복이 있던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절대로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의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탈북민 김수진(여·45·사진) 씨는 지난 22일 북한 인권단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 주최로 열린 21번째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북한에서의 자신의 고단한 20대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탈북민 8명이 ‘I am North Korean(나는 북한 사람입니다)’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대상을 받은 김 씨는 목숨을 건 탈북과 인신매매 등 천신만고 끝에 한국 땅을 밟았던 자신의 20대를 담담히 발표해 듣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김 씨는 “영양실조와 기근이 만연한 이곳(북한)에 미래의 나의 자식들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 탈북을 결심했다”며 “23살 때 중개인을 믿고 중국으로 향했지만, 인신매매를 당해 모르는 남성과 결혼해 임신·출산까지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그 뒤로도 여러 차례 강제송환 위험을 겪으며 탈북을 시도했고, 28살에야 남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김 씨는 “기차로 고향에서 서울까지는 5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내가 북한에서 한국에 오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며 “중국은 지금도 계속해서 탈북민을 북으로 송환하고 있지만, 탈북민에게 송환은 구금 아니면 죽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국제사회가 나서서 그들의 안전하고 존엄한 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살 때 탈북해 외교관을 꿈꾸고 있다는 최레오(24) 씨는 탈북 전 아버지와 한 마지막 작별인사를 떠올렸다. 최 씨는 “탈북민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넨 마지막 ‘안녕’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며 “더는 그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이별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 이산가족을 두고 온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그 밖에도 참가자들은 북한의 의료와 인권 실태, 기아·기근 상황, 탈북 과정, 탈북 후 느낀 자유의 소중함 등을 영어로 전했다. 발표자가 내밀한 얘기를 꺼내놓을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눈시울을 붉히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공감을 표했다.
대회를 주최한 FSI 관계자는 “탈북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FSI는 지난 2015년부터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대회엔 탈북민 7명이 나서 북한의 참상을 가감 없이 전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