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꽃에 관하여’, 80×100㎝, 유화, 2024.
박종필 ‘꽃에 관하여’, 80×100㎝, 유화, 2024.


절기는 경칩을 앞두고 있지만,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전시장은 온갖 종류의 꽃이 만개해 활짝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있는 낙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꽃 그림들이 화려하고 생기가 넘치다 못해 광채로 눈이 부셨다. ‘박종필展’(박여숙화랑)은 이미 우리 곁에 봄이 왔음을 귀띔해 주고 있다.

흡사 한겨울 칼바람 맞으며 달콤한 봄 딸기를 먹는 기분이다. 꽃도 가상이든 실재든 타이밍인 것 같다. 물론 이는 큐레이팅의 일이다. 작가는 오랜 세월 계절과 상관없이 꽃만을 그려 왔다. 세상의 많은 화가가 다양한 감정과 동기로 꽃을 그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사진 혹은 실물보다 더 리얼한 일루전의 궁극은 무엇일까. 기교만의 차원을 넘어 혼신의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은 공을 들인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생명과 혼을 불어넣는 고전적 태도에 그래픽 툴을 활용한 현대적 감각도 곁들인다. 어느 사이 그는 봄의 전령사가 됐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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