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오는 2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RSM스포츠에서 만난 유 당선인이 당선증과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우승 당시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오는 2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RSM스포츠에서 만난 유 당선인이 당선증과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우승 당시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현안 인터뷰 - 28일 임기 시작…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40代 젊은 ‘체육계 대통령’
선거·조직운영도 공격적스타일
문체부·노조와 관계 적극 개선

전문·생활체육 동반 성장 강조
학생 선수에 직업 선택권 주고
학교 체육 활성화 정책 등 필요

‘공정위 논란’ 정면 돌파
순기능 알려 부정적 시선 타파
모두가 납득할 새 기준 세울것


유승민(43)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쁘기로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지난달 14일 선거에 이기흥 전 회장을 제치고 차기 체육회장에 뽑힌 유 당선인은 이달 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 승인을 받았고 오는 28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유 당선인은 선거 직후부터 체육계의 미래와 발전, 개혁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방문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체육회를 구성하는 선수·지도자·직원들을 찾고 있다.

유 당선인은 문체부에서 유 장관, 장미란 차관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선 선수들과 지도자를 만나 고충을 청취했고, 체육회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했다.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인 중국 하얼빈을 찾아 국제 스포츠 관계자들과 스포츠 발전을 논의했다. 유 당선인은 이 외에도 국내 각종 스포츠 현장에 지속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취임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RSM스포츠에서 만난 유 당선인은 “부담이 되니 더욱 바쁘게 다니고 있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체육계가 겪을 변화가 클 것이라는 기대 때문 같다”며 “만남을 갖는 상대들이 모두 중요한 분들이다. 특히 그동안 문체부와 관계가 틀어졌다고 많은 체육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데,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이미 문체부와 국회, 여러 기관, 그리고 노조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더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의 적극적인 행보는 마치 선수 시절을 보는 듯하다. 탁구선수 출신인 유 당선인은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겼고,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 당선인의 금메달 이후 올림픽 남자단식에선 누구도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부터 2024년 파리까지 올림픽에선 5회 연속, 20년 동안 한 번도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유 당선인은 “선수 시절에도 수비를 할 줄 몰랐다. 공격 위주로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행정가가 되고 나서도 그렇다. 선거와 조직 운영 스타일도 매우 공격적이다”라며 “안정적으로 하는 것보다 공격적,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안주하는 것은 도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와 세상이 우상향하는 상황에서 홀로 안정적으로 현재를 유지하는 것은 도태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육회장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직책이다. 그래서 40대 유 당선인은 선거에 나설 때 ‘도전’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으나 예측을 뒤엎고 당선됐다. 40대 체육회장이 나온 건 1979년 25대 박종규 회장 이후 46년 만이다. 박 전 회장은 그러나 취임 당시 40대의 끝자락인 49세였고, 당시 박정희 정부의 대통령경호실장 출신이자 국회의원으로 이미 ‘중심’에 있었다. 반면 유 당선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았지만 중심에선 멀었다.

유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체육계의 시선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선거 결과가 증명한 것 같다. 선거 당일까지도 나의 당선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선거장의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투표 결과에 많은 분이 놀란 것 같다”며 “체육계 구성원은 다양하지만 특히 선수와 지도자, 생활체육 관계자들 다수가 20∼40대다. 예전과 달리 이제 40대는 젊은 편이다. 투표하신 분들이 체육계를 대표하는 사람도 젊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건 문체부와 관계 개선이다. 전임 이 회장 시절엔 문체부와 갈등을 지속, 대립각을 세우면서 4400억 원가량이었던 체육회 예산이 1000억 원 정도 삭감됐다. 대한체육회를 거쳐 시도체육회로 배정됐던 예산 400여억 원을 문체부가 직접 교부하고, 대한체육회의 사업이 문체부 등으로 이관되면서 추가로 500억 원 넘게 줄었다. 체육계는 예산 집행 기관의 차이보다 관련 전문가가 없는 기관으로 권한이 넘어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장, IOC 선수위원,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문체부와 좋은 관계를 쌓은 유 당선인은 “당선 직후 가장 첫 번째로 틀어져 있는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며 “체육 예산과 관련해서 체육 전문 단체, 그리고 체육회가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올해 예산 교부가 이미 끝났기에 지금 당장 예산을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차례로 일을 진행하면서 더욱 효과를 증폭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체육은 2016년 정부의 전문(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통합 이후 비대해졌다. 전문체육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국가의 위상을 알리고, 생활체육은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모두 소홀할 수 없기에 균등한 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그런데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은 성장 구조는 물론 구성원이 다르기에 활성화를 위한 접근 방식, 즉 정책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 당선인은 “내가 전문체육 출신인 데다가 정책적으로 운동부와 대표 선수 이야기를 한 탓에 많은 분이 한쪽으로 치우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하지만 내가 맡았던 탁구협회는 생활체육 비중이 큰 곳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전문체육의 무대이지만 생활체육도 함께할 수 있도록 대회를 같은 기간 열고 동일한 메달도 수여하는 등 생활체육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등 성장,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체육은 생활체육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면 전문체육은 선수 수가 크게 줄고 있고 운동부까지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지도자 처우도 안 좋아지고 있다”며 “결국 체육회장은 잘되는 곳(생활체육)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침체한 전문체육에 손을 대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 곳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의 순서 차이만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체육, 생활체육의 근간은 학교체육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학교체육은 나날이 퇴보하고 있다. 체육 수업은 지속해서 줄었고,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운동권과 직업 선택의 권리를 빼앗겼다. 체육계는 최저학력제와 수업일수 강제 규정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치명적으로 분석되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는 일찌감치 학교체육에 대두, 학교 운동부 폐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 당선인은 “교육청과 교육부의 협조가 절실하다. 학생들에겐 신체 발달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스포츠클럽이 운영되고 있지만 축구·야구를 제외하면 스포츠클럽은 학교 운동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학교 운동부는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악법으로 본래 기능을 하기 매우 어렵다. 현장에선 지도자와 학부모,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제 규정보다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계층의 도움을 얻어야 하지만 유 당선인에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체육계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바꿔야 한다. 특히 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연임 도전 심사 과정에서 객관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체육단체장이 연임하는 경우 3선 이상부터 외부 기관에서 심사받도록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에 긍정적인 순기능이 많다. 최근 1년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그런 것들을 알려야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동시에 우리가 지적받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을 개선해야 한다. 순기능은 끌어올리고, 부정적인 것을 빠르게 바꾸면 좋은 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포츠공정위에 대해선 “공정위는 체육회의 중요 기능 중 하나이기에 논란이 됐다고 외부에 넘기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구가 되도록 바꾸면 된다. 임기를 시작하면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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