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40대 중반 여성입니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 살림을 하는 데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큰 탈 없이 고3이었던 첫째 딸도 가고 싶었던 명문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긴장이 풀리면서 점차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말을 보내고 새로운 봄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무기력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새롭게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된 딸들 새 학기 준비도 해야 하는데 몸과 마음에 힘이 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지치고 힘이 나지 않을까요? 무기력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 인생은 마라톤… 목표 이룬뒤엔 쉬며 공허해진 마음 다독이길
▶▶ 솔루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긴 시간을 보내며 꾸준하게 뭔가를 이뤄낸 경험은 소중합니다. 마라톤을 예로 들어 봅시다. 42.195㎞라는 긴 구간을 뛰기 위해 전부터 꾸준한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실전에서 달리면서 많은 고비를 넘기고 완주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스스로 한계를 넘었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신적인 만족감 후에는 일시적인 무기력감이 찾아오게 됩니다.
마라톤은 인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운동입니다. 뛰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신에 피로가 누적됩니다. 또 뛰는 동안 수분과 전해질 손상이 일어나고 근섬유가 손상됩니다. 신체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향도 받게 됩니다. 마라톤 완주라는 큰 목표를 이뤘다는 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목표 상실감과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운동 중에 증가했던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분저하가 오기도 합니다.
마라톤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간절히 바라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시험, 승진, 회사 프로젝트 성공, 오랜 기간 바라던 꿈의 실현 등 간절히 원하던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룬 순간 느끼는 감정은 기쁨과 성취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상치 못하게 공허하고 무기력한 감정이 밀려와 당황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이룬 후 찾아오는 무기력감은 잘못된 감정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 나갈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동기부여·보상과 관련돼 있습니다. 도파민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도파민 분비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흥분과 열정이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긴 목표를 이뤄내고 마무리를 한 후 공허함과 무기력한 기분 때문에 힘들다면 잠시 자신을 살펴보세요. 내 마음에 빈칸이 생긴 기분이 든다면 억지로 피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지금은 조금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며 빈 마음을 다독여도 좋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표로 다시 시작해 보십시오. 작은 성취가 쌓이면 또다시 길게 달릴 수 있습니다.
삶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여정입니다. 매일 감정을 돌보며 삶을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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