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의 소품들을 관람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소년들이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의 소품들을 관람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자랑합니다 - ‘진심, 아버지를 읽다’ 전

살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과거에 본 광고가 기억난다. 꿈과 금전 중에서 자녀들은 거의 다 자신의 꿈을 선택했지만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꿈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철없던 시절, 나는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과 희생을 당연한 선택이라 여겼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아버지전)을 보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당신의 삶을 밑거름으로 내어주신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버지전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부터 일평생 잠잠한 희생 뒤에 감춰진 아버지의 진심을 한 겹씩 들여다보게 해주는 전시다. “아버지 왔다” “나는 됐다” “···.” “아비란 그런 거지” 아버지의 일상어를 제목으로 이어지는 5개 테마관을 돌아보면서, 기성 문인들의 시와 수필을 비롯해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담아낸 글과 그림 에세이, 사진과 소품 등을 만났다.

6·25전쟁, 파독 광부 시기, 베트남전 참전, 중동 건설 붐, 외환위기 같은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아버지들은 가족과 나라의 미래를 일구는 데 평생을 바쳤다. 밤낮없이 일하다 밤 11시 55분에 막차를 기다리는 아버지, 홀로 식당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는 아버지, 암 투병 중에도 딸과 손주의 피부병 치료를 위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수제비누를 만들어둔 아버지…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꿈이 아닌 가족을 위해 직업을 선택했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전시 작품들을 보면서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하지도, 받지도 못하지만 평생 한결같이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가신 나의 아버지. 전시를 관람한 후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오늘부터라도 사랑의 표현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그리고 사랑해요.” 딸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아버지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아빠도 우리 딸 많이 사랑해”라고 답하셨다.

함께 전시를 관람한 형부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딸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기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시회를 통해서나마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그런 형부의 모습을 옆에서 보며 ‘어느 시대든 아버지가 자녀에게 사랑 표현을 잘 못하는 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식 사랑이 깃들어 있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귀하게 여기고 언제나 묵묵히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의 내가 밝은 햇살 아래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기쁨과 행복이 샘솟았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 이렇게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은 소통이 부족하고 삭막한 이 시대에 사랑의 용기를 내게 해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전시회 같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있다. 행복의 근원인 아버지의 사랑을 담아낸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훈훈해지고 모두가 힐링을 얻으면 좋겠다.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하는 아버지전은 경기 성남과 대구, 전북 전주에서 전시 중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thankfather.org)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시 관람료는 없다.

홍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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