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참으로 어려웠던 연금개혁 논의를 일단락짓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27일 연금개혁특위 설치와 모수개혁 우선 처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수개혁 내용에 대한 여야 간의 이견은 여전해서 다시 표류할 위험성도 없지는 않다.
그간의 여야정 논의 과정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 연금개혁안은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 번째 안은 여야가 요구하는 합집합 개혁안으로, 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44%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안이다. 두 번째 안은 여야의 교집합 개혁안(정부안)으로, 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42% 인상안이다. 세 번째 안은 최소 개혁안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을 조건으로 먼저 보험료율만 13%로 인상하는 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런 개혁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 3가지 안 중 어느 것이든 하는 게 무조건 낫다. 세 개혁안 모두 연금개혁의 본질인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하고 있고, 소득대체율 인상은 지속가능성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키긴 하지만 제고 효과가 있는 개혁안들이기 때문이다.
보험료율 인상은 ‘지연된 개혁’ 과제다. 1998년에 9% 적용 이후 28년째 동결돼 있다. 노년부양비(比)가 9.1에서 29.3으로 3.2배 증가하는 동안 보험료율은 그대로인 것이다. 1998년 연금급여율을 40%로 낮추는 연금개혁을 했지만, 낮은 보험료율 탓에 여전히 연금급여의 절반가량을 후세대 부담으로 넘기는 적자연금 구조여서 매일 885억 원, 연간 32조 원의 연금부채가 쌓이는 중이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지속가능성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2065년에는 노년부양비가 99.1로 치솟는다.
생산인구 1명이 노령인구 1명을 부양하는 울트라 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연금의 세대연대 문법은 더 이상 세대 간 부양일 수 없다. 세대 자립적으로 받을 만큼 내거나 낸 만큼 받는 ‘급여-부담’ 균형의 ‘셀프 부양’이 답이다. 물론 연금 취약층에 대한 보호는 함께여야 한다. 그것이 인구고령화에 대응한 전 세계 연금개혁을 관통하는 공통 문법이다.
이번 연금개혁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이다. 소득대체율이든, 자동조정장치든 여야 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견으로 연금개혁 기회를 또 날려 버려선 안 된다. 보험료율 인상은 화급을 다투는 생존의 문제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시급성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 자동안정장치도 급여-부담 균형을 대략 맞춘 이후에 도입(작동)해야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기금운용 수익을 보험료 수입과 함께 재정의 한 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빠른 보험료율 인상으로 적립기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선택은 필수다.
물론 보장성도 연금의 본질적 목표다.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후세대 급여 수준을 적정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연금 가입기간 확대 방안과 함께 기초연금·퇴직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를 포함한 보장 수준을 감안하면서 보험료율 부담 역량도 고려해 합리적인 소득대체율 인상 수준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은 청년세대의 연금 불안을 해소할 첫발을 떼는 것이며, 우리 사회의 연금정치 역량을 입증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지혜로운 연금정치로 연금개혁 합의를 반드시 이뤄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