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한 철강 회사에서 노동자가 철근 더미를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1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한 철강 회사에서 노동자가 철근 더미를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AFP 연합뉴스


■ 관세전쟁, 위기의 한국 - (2)흔들리는 세계 경제·무역

英경제사회연구소 등 보고서

10년간 美세수 1조달러 늘지만
장기적으로 GDP 0.2%P 하락
올 세후소득도 최대1.1%P감소
中보다 성장률 하락폭 2배 예상

세수감소분 메꾸려는 의도지만
다른 정책 협상용 카드 될수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세계 경제와 자유무역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기간 내 세계 경제 성장률에 직격탄을 날릴 뿐 아니라 미국에도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주요 경제연구 기관들이 전망했다. 자유무역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글로벌 경제 질서를 주도하며 미국이 얻은 어마어마한 무형의 이익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상당 부분 소실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기·장기적으로 타격 입을 세계 경제= 27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경제예측 기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해당 국가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게 된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국한된 관세 시나리오만 따져도 2025년과 2026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준하는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뒤따를 경우 향후 5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최대 2%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IESR은 중국의 경우 가장 높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트럼프 임기 내인 첫 3년간 연간 성장률이 0.3%포인트가량 감소하지만, 미국의 경우 보복 관세에 직면할 경우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이 각각 0.7%포인트와 0.5%포인트 둔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관세와 무역 제한 조치의 영향으로 전 세계 수출액이 약 1359억 달러(약 195조56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상품에 대해 60%,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0.8%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성장률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다. 미국의 조세 분야 싱크탱크인 택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영구적으로 부과된다고 전제할 경우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관세로 인한 미국의 세수는 각각 8800억 달러와 2410억 달러씩, 총 1조1210억 달러 늘어나게 된다.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도 1055억 달러, 자동차 관세로도 3100억 달러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미국의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 당장 관세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어 기대만큼의 세수가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당장 올해 미국의 평균 세후 소득이 0.8%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택스파운데이션은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 자체의 생산이 줄어들 경우에는 소득이 더 크게 변동, 최대 1.1%포인트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 이어 관세 부과의 명분을 얻기 위해 꺼내 든 무역확장법 232조는 장기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을 0.2%포인트 하락시키고, 정규직 일자리 14만2000개의 근로 시간을 줄일 것으로 추산했다.

◇다목적카드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관세 정책의 배경에는 다양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밝힌 관세 정책의 목적은 크게 세 갈래다. 우선 엄청난 수치의 무역 적자 해소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언급하며 각국을 향한 관세 전쟁에 나서는 데에는 ‘전 세계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판단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감세 공약으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메꾸려는 의도다. 이를 두고 관세가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만큼 ‘간접세가 직접세로 바뀌는 조삼모사이자 역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는 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이다. 다자무역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개별 국가와 협상을 통한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전 세계를 향한 관세 전쟁으로 선전포고한 뒤 개별 국가와 협상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1기 때도 실제 협상을 통해 합의가 이뤄진 국가에는 관세 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마약이나 불법 이민, 방위비 분담 등 다른 정책을 염두에 둔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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