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사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남용을 막을 방안으로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사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남용을 막을 방안으로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데스크가 만난 사람 - 유정복 인천시장

Q. 지금을 개헌의 적기라고 보는 이유는

양원제로 국회의원 줄서기 막고
중앙정부 권한 지방 분권화해야

李대표도 국정혼란의 원인 제공
대통령 되는 것에 국민 걱정 커

조기대선 정국 ‘중도 싸움’중요
보수엔 이준석 같은사람도 필요

권력욕 사로잡힌 대통령은 안돼
난 직분에 순진하게 충실한 사람


인터뷰 = 김만용 전국부장 mykim@munhwa.com
정리 =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67) 인천시장의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약 2㎞ 떨어진 한 호텔에선 유 시장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이는 ‘제이비(JB)포럼’이 출범한다. 정직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직이라는데 이날 유일한 특별강의자가 다름 아닌 유 시장이다. 오는 5월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면 유 시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하고, 이 조직이 대선후보 유정복의 선거운동을 돕는 외곽조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 시장은 지난 17일 인천시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속내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최연소 군수(경기 김포군)·시장(〃 김포시)·구청장(인천 서구)에 이어 3선 국회의원, 두 번의 장관(농림수산식품부·행정안전부), 두 번의 광역자치단체장(인천광역시) 등 ‘멀티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 시장이 행정의 최정점(대통령직)에 도전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인천시장으로 재임할 때마다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고 있다.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 시정에 전념해야 할 시장이지만 한편으론 정치인이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 할 수 없다.”

―두 탄핵은 뭐가 다르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정확한 실체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래도 박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인데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언론에선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탄핵이라는 게 이렇게 황당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계엄이라는 실체가 있다.”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재와 무소불위 권력 행사, 탄핵 남발 등도 있었다는 것을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이게 국민적 반감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다. ‘이재명 포비아’라는 말도 나왔다.

“결국 이러한 사태에 이르는 과정에 이 대표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해 국민적 걱정이 엄청나다.”

―대통령 가능성은 커진 것 아닌가.

“글쎄. 이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비(非)선호도가 훨씬 높다.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 ‘(대통령감으로) 당신만은 안 되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긍정적 지지율은 인지도에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민주당에서 ‘일 잘하는 이재명이 두렵습니까’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더라.

“나도 봤는데 속으로 한참 웃었다. 이 대표는 일이 아니고 다른 것을 참 잘한다. 거짓말 잘하지, 욕 잘하지.”

―헌법재판소가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헌재가 국민의 욕과 불신을 살 일을 하고 있다. 재판 운영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과연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 사안을 다루고 있느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무엇이 공정하지 않은가.

“대통령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도 주지 않았다. 국무총리 탄핵 심판도 두 달 동안 손 놓지 않았나.”

―정치중대재해처벌법 입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근본부터 바로잡자는 취지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하는 민주공화국인데 국회가 법을 안 지킨다. 예산안 처리 기한 무시가 대표적이다. 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과 무슨 법을 얘기하고 국정을 얘기하나. 법원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에 대해 왜 ‘633원칙’(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1심의 경우 6개월, 2심과 3심은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을 지키지 않나. 송철호 전 울산시장,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도 재판이 끝나기 전에 임기를 다 채웠지 않나.”

―법을 안 지키면 정치인이든, 판사든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생기면 경영주가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국민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것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말 모순이다. 국회든, 사법부든 소위 막강한 권력을 갖는 국가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적 피해가 발생한다. 이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는 처벌이 필요하다.”

―2030세대 남성들이 보수화됐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분석하지 않는다. 2030세대는 굉장히 공정을 중시하며 실리적인 사람들이다. 민주당의 행태를 가만히 보니 잘못된 포퓰리즘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대표의 전 국민 민생지원금도 결국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라 나랏빚 내서 하는 것이다. 국민 세금, 즉 자신들이 갚아야 할 돈으로 받아들인다.”

―국민의힘이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 2030세대는 앞으로 어떻게 정치가 흐르냐에 따라 보수로 갈 수도, 진보로 갈 수도 있다. 2030세대가 동의할 수 없는 정책이나 정치행위를 하면 바로 지지를 철회할 사람들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의원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번 대선에서, 그리고 우리 정치에서 이 의원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의힘과 보수도 이 의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도 싸움이 중요한데 태극기에만 빠져 있을 수 없지 않나.”

―유 시장은 개헌 찬성론자인데.

“내가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보는 이유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론도 우세하다. 전·현직 국회의장, 야당 출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여야 시도지사들이 모두 찬성한다. 이 대표만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통해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 행사 문제는 물론, 의회 독재를 통한 문제 등까지 드러났다. 1987년 헌법 체제가 가지고 있는 낡은 국가 운영 체계의 틀을 바꿀 때가 됐다.”

―어떤 식으로 개헌해야 하나.

“현재 헌법 개정안 조문을 디테일하게 만들고 있다. 국회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양원제, 정·부통령제 등을 헌법 개정안에 담으려고 한다. 대통령의 중앙정부 권한을 이제 지방으로 분권화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는 왜 필요한가.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지만 사실 득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회가 완전히 민주당 독주로 운영되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져오지 않았나. 이건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다.”

―양원제는 어떤 식으로.

“합리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이제 우리 국회도 어른이 필요하다. 광역 지방정부에서 2∼5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해 40∼50명의 상원을 구성하는 안이다. 이런 상원이 존재한다면 누구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일극 체제로 줄 서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지방분권은 잘 되고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개헌을 통해 자치조직권, 인사권, 재정권을 지방정부에 넘겨야 한다. 우리의 지방자치가 이제 30년이 됐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중앙집권 문화에 젖어 있다. 중앙 정부는 여전히 중앙 대 지방을 상하 개념으로 보고 있다. 17개 광역 시도는 모두 대한민국이다. 현재 중요한 국가 정책은 중앙 정부에서 진행하고 지방에는 보조금만 집행하고 있다. 기초단체의 경우 자기네 예산을 독자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비율이 10%도 안 된다. 기획재정부가 보조금으로 지방정부를 통제한다면 행안부는 사람을 내려보내서 통제한다. 내가 행안부 장관을 한 사람이다. 이건 30년 전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 2인자인 행정부시장을 정부에서 임명한다. 근데 이 지역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지방자치를 하는 나라에서 시도의 ‘바이스’(2인자)를 국가가 임명하는 게 말이 되나.”

―보조금 지급제가 효율적이지 않다고 보나.

“저출생 대책만 해도 그렇다. 이게 대한민국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1년에 저출생 극복을 위해 쓰는 정부 예산이 50조 원이다. 아니, 어떻게 50조 원을 쓰면서 출생률이 전 세계 꼴등을 할 수 있나. 이 돈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행안부, 농식품부 등으로 쪼개져 나눠먹기식으로 집행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윤 대통령에게도 말했는데, 차라리 신생아가 태어나면 아이당 2억 원씩 줘도 되겠더라. 지난해 신생아가 24만 명이었으니 2억 원씩 주면 된다. 이러니 정부 운영이 효율적으로 될 리가 있나. 저출생은 예일 뿐이다. 각종 복지 정책, 기업 정책, 경제 정책, 문화 정책이 다 이렇게 돼 있다. 근본을 깨야 한다.”

―현재 지자체장들이 대거 대선에 나설 것 같다.

“대통령은 국가를 경영하는 종합 행정 예술가다.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다. 인천시만 해도 작은 대한민국이다. 심지어 외교안보까지 있다. 내가 인천시 방위협의회 의장이다. 시민의 삶과 관련된 복지, 문화, 경제, 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것을 책임지고, 경험한 사람만큼 좋은 정치 리더는 없다.”

―그런 점에서 ‘행정의 달인’(유 시장)도 도전해볼 만한 목표 아닌가.

“내가 가는 곳마다 업적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장관을 한 이후든, 시장을 한 이후든 누구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인천시는 내가 재임하면서 대한민국 제2의 경제도시가 됐다. ‘아이 플러스 1억드림’이나 ‘아이 플러스 집드림(천원주택)’ 정책 등을 통해 출산율 증가 1위가 됐다. 모두 나 혼자의 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만의 발상과 역량이 크게 기여한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나는 직분에 아주 순진할 정도로 충실해 온 사람이다. 과거 장관을 할 때든 뭐든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도 시장으로서 직분에 충실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내가 정말 필요하다면 나를 기꺼이 던진다는 게 정치 철학이 됐다. 솔직히 말한다면, 오로지 권력 야욕에 사로잡혀서 나라의 미래엔 관심이 없고 정치적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울에서 JB포럼이 출범하는데, 이건 누가 보더라도 대선 조직 아닌가. JB는 ‘정복’의 약자 아닌가.

“내가 정치를 30년 했다.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가 얼마나 많겠나. 이런 분들이 2년 전에 ‘사회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정직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었다. 이번에 이분들이 저스티스(Justice·정의)의 J와 블레싱(Blessing·축복)의 B를 따서 같은 취지의 포럼을 만든 것이다. 정말로 이 포럼에 관여한 바가 없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나. ‘나, 유정복은 대선을 목표로 인생을 살진 않지만 시대가 원한다면 대선에 출마해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그냥 간결하게 얘기하겠다. ‘내가 나서서 선한 영향으로 세상과 나라가 좋아지면 그건 보람 있는 일이다’라고.”

■ 유정복 시장과 모친

“이랑이 있으면 고랑도 있다… 오늘의 나를 만든 말”


유정복 인천시장은 1957년 수도국산(水道局山)으로 불리던 인천 송림동 달동네에서 일곱 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유 시장의 부모는 다른 6·25전쟁 피란민들과 마찬가지로 가난했다. 고등학교(제물포고) 시절까지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유 시장은 1976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4학년이던 스물두 살에 행정고시에 합격, 1994년 김포군수(임명직), 이듬해 인천 서구청장(〃)을 지냈고, 같은 해 민선 김포군수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다.

유 시장은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어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부친의 사업이 신통치 않자 모친은 두부를 만들어 팔기도 했고, 가을이면 묵을 빚어 팔았다. 생전 유 시장에게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나누며 사는 것이다”라고 자주 말했다. 그가 36세에 김포군수로 부임하자, 어머니는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잘 챙겨라”고 당부했다. 모친은 “이랑이 있으면 고랑이 있다”는 말도 남겼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밭에 수확을 위한 씨앗이 뿌려지는 이랑이 있다면, 잘 성장하도록 배수로 역할을 하는 고랑이 있다는 것이다. 유 시장은 “수많은 일을 처리하고 부딪치며 희로애락이 반복될 때마다 나를 지탱시키는 ‘뿌리적 언어’로 남아 있다”고 돌아봤다.
김만용
김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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