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 세계의 시선은 정상회담 도중 설전을 벌여 경색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 회복 여부와 조기 종전 논의 향방에 집중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했던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발효되고 중국에는 기존 10% 추가 관세에 이어 10%의 관세가 추가로 예고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단계 휴전이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종료되면서 가자 전쟁 재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1콕:젤렌스키,사과 없이 “트럼프 재회·광물협정 서명할 준비”…트럼프 측, 우크라 ‘정권교체’ 압박=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광물협정 서명 의향을 밝히면서 파국으로 끝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의 후폭풍을 수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며 “미국과 우리의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에 대해서도 우리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시 초청이 이뤄진다면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으며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일부 인사들이 요구한 ‘사과’에는 선을 그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과의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양측 사이에 거친 설전이 벌어지면서 백악관을 쫓겨나듯 떠나야 했다. 광물협정 체결 역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그(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현재로썬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젤렌스키)가 싸움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무의미해질 경제협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오른쪽)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오른쪽)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2콕:美, “加·멕에 예정대로 4일부터 관세 부과, 세율은 유동적”…중국에는 10% 관세 추가=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예정대로 오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지만, 관세율은 이미 예고한 25%에서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요일(3월 4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면서도 “관세율이 정확히 얼마일지는 대통령과 그의 팀이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경으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2월 4일부터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한 달 간 유예한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의 이날 언급은 캐나다, 멕시코와 국경에서의 마약 유입 차단 결과 및 노력 정도 등에 따라 관세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트닉 장관은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같은 날(4일)부터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달 4일부터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당 시점부터 대중(對中) 추가 관세율은 20%로 인상되는 것이다.

대중 고율 관세 부과 동참 여부를 관세 정책과 연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멕시코의 대중국 관세 부과 구상을 지켜보겠다”며 “캐나다에선 아직 연락이 없지만, 북미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에 맞서 싸울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멕시코 정부가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테니, 우리나라를 겨냥한 관세를 상쇄해 달라“고 미국에 제안한 것처럼, 캐나다도 동참하라고 넌지시 요구한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총리실 제공.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총리실 제공.
◇3콕:미국 ‘4월 하순까지 휴전 연장’ 제안에 이스라엘 찬성, 하마스 반발=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4월 중순까지 휴전을 연기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하마스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대통령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제안한 대로 라마단 기간과 유월절까지 휴전을 연장하자는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이슬람 단식성월 라마단은 3월 29일까지이고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은 4월 20일까지다. 위트코프 특사의 제안은 양측이 휴전 연장에 합의하면 그날 즉시 하마스가 남은 생존 인질 및 사망자 유해의 절반을 돌려보내고, 이후 영구적인 종전이 합의되면 나머지 절반을 송환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1단계는 지난 1일 종료됐다. 이스라엘은 2단계 대신 1단계를 42일간 연장하자고 제안했으나 하마스는 이를 거부하면서 2단계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모든 인도주의적 구호품 반입도 중단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를 상대로 ”이것(위트코프 특사 제안)을 계속 거부한다면 추가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싸구려 협박이자 전쟁범죄이며 합의를 어기고 2단계 협상을 회피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점령군 포로(이스라엘 인질)를 석방할 유일한 방법은 휴전 합의를 지켜 즉시 2단계 협상에 들어가는 것뿐“이라며 위트코프 특사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황혜진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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