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인사이드 - 양천구 ‘의식주 레벨업’ 사업
동네가게 협업 복지모델 구축
겨울 침구 등 수거·세탁·배달
결식우려 가구에 밑반찬 쿠폰
주거 취약계층 집수리 시공도
서울 양천구 한 빌라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60대 후반 오모 씨는 두꺼운 겨울 이불을 직접 세탁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양천구 ‘행복버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 도움으로 인근 세탁소에서 이불 빨래를 할 수 있었다. 이불을 수거해 깨끗이 세탁한 뒤 다시 집으로 배달까지 해줬다. 오 씨는 “2년 동안 빨지 못했던 겨울 이불을 세탁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가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공동체 연계 동반성장 복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의식주 레벨업’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 4일 양천구에 따르면, 의식주 레벨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주민의 기본적 삶을 지켜줘야 한다는 이기재 구청장의 철학에 따라 만들어진 정책이다.
양천구 의식주 레벨업 사업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의(衣)’ 레벨업에 해당하는 사업이 행복버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다. 나머지 2가지는 ‘식(食)’ 레벨업을 위한 ‘반올림 밑반찬 지원’과 ‘주(住)’ 레벨업 프로그램인 ‘양천형 희망의 집수리 지원’이다. 이 구청장은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의식주 관련 현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양천구는 중앙정부보다 수준을 한 단계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의식주 레벨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반올림 밑반찬 서비스는 동네 반찬가게, 행복버블 세탁서비스는 동네 세탁소와 협업해 진행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먼저 행복버블 찾아가는 세탁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 65세 이상 독거노인, 조손 가정 등을 위해 겨울 침구류와 의류를 세탁해주는 것이다. 양천구와 협약을 맺은 23개 동네 세탁소가 가정을 방문해 대형세탁물 수거·세탁·배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넘어 차상위계층까지 지원한다. 예산 5200만 원을 들여 가구당 최대 5만 원까지 세탁비를 지원하므로, 소상공인 세탁소를 지원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양천구의 설명이다. 특히 세탁물 수거·배달 과정에서 안부 확인을 병행하게 해 ‘안전 돌봄망’도 강화했다. 양천구는 지난해 3700만 원을 투입해 762가구를 지원했는데, 올해는 지원 대상을 1000가구로 늘리고 세탁물도 이불 외에 겨울철 의류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반올림 밑반찬 지원은 사회적 고립 가구 중 결식 우려가 있는 1인 가구에 월 3만 원씩 바우처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까지 혜택을 받는다. 밑반찬을 집으로 보내주는 대신, 직접 반찬가게에 가서 밑반찬을 사도록 매달 1만 원짜리 바우처 3장을 지급한다. 하루에 2장까지 사용할 수 있다. 바우처에 표시된 달에 쓰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런 제한을 둔 것은 사회적 고립 가구의 외부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반찬을 사러 집 밖으로 나오면서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구매한 반찬으로 건강도 챙기도록 하는 것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반찬가게는 37곳이다. 특히 반올림 밑반찬 쿠폰 지원 대상자가 장기간 방문하지 않으면 반찬가게에서 동 주민센터에 알리게 돼 있다. 이어 주민센터가 즉각 안부 확인에 나서고, 필요하면 심리상담 및 치료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구는 지난해 800가구에 반올림 밑반찬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1500가구로 확대한다. 예산도 지난해 2억4000만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저소득 취약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돕기 위한 양천형 희망의 집수리 지원은 △집수리 시공 △꿈꾸는 공부방 조성 △어르신 안심 주거환경 조성 △실내건축 기술자 양성 등으로 구성된다. 집수리 시공은 중위소득 70% 이하인 주거 취약계층 60가구에 가구당 250만 원 한도로 도배·장판·창호 등 18가지 공사비를 보태주는 것이다. 서울시(중위소득 60% 이하)보다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꿈꾸는 공부방은 형편이 어려워 집 안에 학습공간이 없는 아동·청소년을 위해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취학연령(2007∼2018년생) 학생이 있는 중위소득 100% 이하 55가구에 가구당 200만 원 이내로 책상, 의자, 책장, LED 조명, 도배 등을 지원해준다.
공부방 조성 혜택을 받은 40대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책상을 사주지 못해 항상 미안했다”며 “책상이 생겨 신난 아이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올해는 실내건축 기술자 양성 사업을 신설, 자격증을 취득해 집수리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는 주민에게 일자리도 연계해준다. 희망의 집수리 지원 총예산은 기술자 양성사업을 포함해 5억51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억1900만 원 증가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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