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정세에 거센 격랑이 일고 있다. 다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만 짙은 안갯속에 갇혀 지내고 있는 느낌이다. 매일의 뉴스들에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는 나날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평온한 일상과 감정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토록 작고 소박한 염원을 품어본 적이 있었던가.
때마침 마주한 ‘구채연 전’(마리나갤러리)에서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희구하는 밝고 평화로운 매일의 모습이 그의 화면에 가득 담겨 있다. 작가만의 사소한 일상 풍경이지만, 공감과 감정이입을 달콤하고 따뜻하게 이어간다.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디테일들에 깨알 같은 재미까지 곁들였으니 아늑함 그 자체다.
많은 사물 이미지의 일러스트가 친근하면서도 하나하나가 다채로운 기억의 서사를 내장하고 있다. 입양한 유기묘와의 애틋한 교감과 이야기들의 옴니버스 전개가 발상의 화수분 같다. 그림 속 그림들, 특히 화면 속 백자 같은 사물들에 깃든 코발트빛 도상들이 정겹다. 사소한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