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 1번지’ 치킨집 위기
고물가·시장침체에 못버텨


서울 서대문구에서 6년 동안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던 조모(53) 씨는 지난달 가게를 접기로 하고 매장을 내놨다. 가파르게 오르는 인건비와 배달 앱 수수료 부담으로 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최근 일을 하다가 허리까지 다쳐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영업 1번지’로 꼽히는 치킨 전문점이 고물가 부담에 따른 외식시장 침체와 배달비 등 각종 비용 증가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일부 점주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원재료 공급 가격을 낮추라며 시위를 벌이거나, 유통 마진을 돌려달라는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외식기업 수 또한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최근 3년 새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에 있는 치킨 전문점은 6001개로 전년 동기(6541개) 대비 540개 감소했다. 서울 내 치킨 전문점은 2020년 4분기 7000개에 육박했지만, 4년 새 무려 1000개가 증발한 셈이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매물도 쌓이고 있다. 온라인 자영업 점포 거래 중개소 아싸점포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매물로 나온 BBQ·bhc·교촌치킨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는 총 237개로 집계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교촌치킨 점주 100여 명은 경기 성남시 본사 앞에서 물대 인하와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하, 원재료 수급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현지에 진출했던 국내 외식기업 수도 줄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중국 진출 국내 외식 브랜드 수는 2021년 49개에서 2023년 27개로 44.9% 감소했다. 중국은 미국과 베트남 다음으로 국내 외식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지만, 최근 3년 새 진출 기업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중국 내 소비·외식업 매출 급감에 따라 폐업 업체 증가세가 두드러져, 국내 외식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식 선호도가 높은 중국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지식재산권 보호 대비,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등 세심한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김호준·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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