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 성매개 감염 ‘매독’ 급증

작년 2786명중 해외감염 93명
4급 감염병에서 3급으로 변경
진단땐 24시간내 신고 의무화

피부발진·발열·인후통 등 증상
1기때 치료 않으면 3기 직행도
안구 합병증 ‘포도막염’등 유발

1, 2기 매독 때 최다 전파
성매매 등 위험 성접촉 피하고
고위험군은 매년 1회씩 검사를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성 매개 감염병인 매독 환자가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국내 매독 환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방역당국의 신고 체계가 가동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국내에선 매독 합병증 때문에 실명 위기에 놓인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매독 감염이 의심된다면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등 가까운 병·의원에서 바로 검사받은 후 치료해야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국내 매독 환자 2786명… 전수감시로 바뀌면서 총 환자 수 늘어 = 질병관리청 감염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독 환자는 2786명으로 신고 체계가 가동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1015명)보다 2.7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들 중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는 3.3%(93명) 나왔다.

단, 기존 수치와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표본감시가 전수감시로 바뀌면서 총환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4급 감염병이었던 매독은 지난해 3급으로 한 등급 올라 전수감시 대상이 됐다. 임질 등 나머지 성 매개 감염병 감시는 표본감시 체계로 운영된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매독 신고 건수 증가는 표본감시 체계에서 전수감시 체계로 변경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고 항목도 늘어났다. 기존 표본감시 기관이 1∼2기와 선천성 매독을 주 1회 신고하던 방식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1∼3기 및 조기 잠복, 선천성 매독을 진단 후 24시간 이내 신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를 감안해도 최근 매독 감염 증가세는 심상치 않다. 이는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매독 환자가 증가한 현상과 무관치 않다.

전염성이 강한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덤’(Treponema pallidum)이란 병원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성 접촉이나 혈액 감염을 통해 퍼지지만 임신 중 태아에게 직접 옮기는 경우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 간 성관계를 하는 인구집단이 매독 감염에 더 크게 영향받는다고 분석했다.

기원은 불분명하다. 15세기 말부터 유럽에 이미 존재했거나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본격적으로 전파됐다는 가설이 공존한다. 당시만 해도 매독은 불치병으로 여겨졌으나 20세기 중반 페니실린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페니실린 치료제가 도입된 1960년대 이후 매독 환자가 급감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실명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 = 매독은 1∼3기 매독과 잠복 매독, 선천성 매독으로 나뉜다. 잠복 매독은 임상 소견이 없는 매독을 뜻한다. 선천성 매독은 임신 4개월 후 감염이 발생한다. 생후 2년 이내 발병하는 조기 선천성 매독은 성인의 2기 매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생후 2년 이후 발병하는 후기 선천성 매독은 허친슨 치아(절치), 간질성 결막염, 정강이뼈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매독은 1기, 2기, 3기로 나뉜다. 1기 매독은 균이 침범한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 없는 궤양이 특징이다. 성기나 항문 등에 생기는 궤양은 3∼6주가량 계속되면서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1기에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2기 매독으로 넘어간다. 증상으로는 가려움이 없는 피부 발진, 발열, 인후통, 피로,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2기 단계에서도 치료받지 않으면 매독균은 몸속에 계속 남아 몇 년 이상 잠복할 수 있다. 마지막 병기인 3기일 경우 균이 내부 장기와 중추신경계, 눈, 심장, 간, 뼈 등을 침범해 중증 합병증을 유발한다. 3기 매독은 감염이 시작된 후 10∼30년이 지나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독 증상이 있거나 감염 우려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진단 받아야 한다”며 “무증상인 잠복 매독상태에서 가장 많이 진단되는데 1, 2기 매독에서 가장 많이 전파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1기 매독도 그냥 두면 3기 매독으로 진행되는데 이 경우 근골격계나 중추신경계에 손상이 와서 상당히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는 매독균이 눈을 침범해 실명 위기에 처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제학술지 ‘성감염병’ 최신호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 송수정 안과 교수, 창원삼성병원 김은아 안과 교수, 한양대 류수락 의예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공동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매독 환자 빅데이터(44만8085명)를 분석한 결과, 1.4%가 매독균 감염으로 눈에 합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포도막염이다. 2010년 10만 명당 0.18명이던 환자 수가 2019년에는 1.58명으로 9년 만에 8.7배로 증가했다. 매독성 포도막염은 매독 진단 후 평균 2∼3년 후 발생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견줘 발생 위험이 1.5배가량으로 높았다. 포도막염은 눈을 감싼 조직 중 포도막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포도막이란 눈의 망막과 공막의 중간층에 해당하는 막으로 홍채와 모양체, 맥락막을 통틀어 일컫는다. 포도막은 혈관이 풍부한 조직인 만큼 염증이 생기면 주변 망막, 공막, 각막, 유리체 등 조직이 함께 손상되는 데 이어 백내장, 녹내장을 비롯해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실명 환자의 약 10%가 포도막염에 해당한다. 포도막염은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나이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인 문제도 상당하다. 이번 연구에서도 30대 남성(남성 매독 환자 중 21.2%)과 20대 여성(여성 매독 환자 중 18.2%)의 감염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매독 환자의 안구 합병증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안저 검사 등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이 중 매독성 포도막염은 심할 경우 실명 위험이 높아 조기 발견과 감염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HO는 매독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은 최소 1년에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질병청도 “매독 등 성 매개 감염병을 막으려면 성매매·즉석만남 등 위험한 성접촉을 피하고 감염이 의심되면 의료기관에서 바로 검사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선천성 매독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임산부를 대상으로 매독 혈청검사를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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