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맙습니다 - 손자의 초등통합교육을 맡아준 선생님들
입학식 시즌이다. 각급 학교마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넘친다. 나는 지난달 손자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다가 감회에 젖었다. 꽃다발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식 도중에 꽃가게를 찾아 헤맸던 입학식이 엊그제만 같은데….
졸업식장은 입학식 때와 같은 강당이지만 더 좁아진 듯 보였다. 가운에 베레모를 쓴 졸업생들이 의자에 앉아 ‘조잘조잘’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빽빽이 서 있는 학부모들은 불편하지만 조연급답게 잘 참는다. 단상과 단하는 짐작과 달리 콘서트장 분위기였다.
먼저 방송반원들이 ‘공로상’을 받았다. 다음은 ‘졸업장 및 으뜸장 수여’ 순서다. 졸업생 88명(남 42명·여 46명)의 반별, 번호 순서에 따라 교장선생님이 바인더 속 오른쪽 졸업장에 이어 왼쪽의 으뜸장을 읽는 사이 무대 스크린에는 졸업생 영상이 음악과 함께 띄워진다. 내 손자 차례다. “으뜸장, 자동차그림상, 6학년 1반 신**.”
손자는 일찍부터 자동차에 흥미를 느껴 세밀하게 관찰한 뒤 스케치하고 색칠한 후 모양에 따라 가위로 오려 만들기를 좋아했다. 우리는 이런 손자의 열정을 ‘작품 활동’이라 불렀다. 지퍼백에는 119구급차, 경찰차, 앰뷸런스, 승용차, 덤프트럭, 포클레인 등이 가득하다. 손자는 학교는 물론 학원 등 가는 곳마다 지퍼백을 지니는 게 습관이 됐다. 6학년 전교생이 모를 리 없다.
졸업생들은 단상을 내려오면서 ‘나만의 세리머니’를 한다. “꺄악∼ 꺅∼”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분위기메이커상, 불꽃열정상, 차분상, 만능운동상, 게이머상, 작심5일상, 스마일엔젤상, 수학박사상…. 1시간여 많이도 웃었다. 반면에 학교장 회고사가 생략되고, 구석구석 청소원으로 봉사한 학교운영위원장 엄마의 울먹이는 축사에 졸업생들이 “괜찮아 괜찮아”라며 떼창을 했다.
1학년에서 5학년까지 반별 축하 영상은 특색 있고 진지한 후배들의 응원이었다. 으뜸장과 함께 받은 선물은 고급 4색 볼펜이었다. ‘**초 제53회 신**.’ 세상에나, 졸업생 이름을 일일이 새겨주다니!
졸업식이 끝나고 복잡한 현관에서 오래 기다렸다고 투덜대는 내게 딸 내외는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몇몇 선생님들께 인사드리고, 벗어둔 책가방과 파카를 찾는 데 장장 20분이 걸렸어요. 아이는 어디에 뒀는지 모른다며 방방 뛰고 징징 짜고….” 안 봐도 비디오다. “아이와 만난 두 여자 친구는 헤어지기 아쉽다며 울고….” 남자 친구가 내 손자처럼 잘생기고 볼 일이다.
2년 전 집을 이사한 손자는 친구들과 학군이 달라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낯선 중학교로 혼자 배정받았다. 이번 졸업식이 손자로서는 초등 친구들과의 이별인 셈이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내 손자는 장애가 있다. 특수학급(개별반)이 있는 지금의 통합학교로 배정받아 졸업에 이르렀다. 학교와 가까이 살 때는 혼자 등하교가 거뜬했지만 딸네가 학교와 꽤 떨어진 우리 집(친정)으로 합가하여 이사를 했다. 활동보조인(할머니 절친)이 2년여 동안 손자의 등하교를 지도했다. 할아버지인 나도 열심히 도왔다.
대나무는 일정한 크기가 되면 마디를 만든다. 대나무가 속이 텅 비었는데도 폭풍에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고 곧고 바르게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마디는 성장의 발판이자 한 단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받쳐주는 성장점인 것이다. 손자는 오늘 졸업으로 마디 하나를 또 가졌다.
손자의 역량과 수준, 특성에 맞게 개별 지도해 두 번이나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도록 한 개별반 선생님, 장애 친구를 배려하고 돕도록 인성 지도하여 우정을 돈독하게 한 통합반 선생님! 고맙습니다. 6년 동안 통합반과 개별반을 오간 우리 손자도 대견하다. 손자는 또래와 관계 형성이 어렵고 대화가 서툴다. 그래서 별명이 ‘5분 왕자’다. 여간해서 혼자 외출하지 않는 ‘집돌이’다. 손자는 매일 만나는 버스기사, 친구들에게 먼저 인사한다. 손자가 가훈처럼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인’ ‘자기 앞가림을 하는 일꾼’이 되기를 소망한다.
외할아버지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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