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우의 Deep Read - 이재명, 왜 당보다 지지율 낮을까

NBS 조사, 개인 지지율이 당보다 7∼8%P 낮아… 사법 리스크, 극도의 배타성 등 원인
李, 선거법 신속 판결 촉구로 공정성 회복하고 당내 다양성 살려 자질과 평판 높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생기고 국민지분이 30%가 되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놓고 여론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얼마 전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라던 이 대표가 사회주의적이고 반기업적 사고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런 언행이 ‘이재명은 믿을 수 없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것이 당 지지도보다 낮은 개인 지지도를 얻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투표 결정 3요인

유권자의 투표 결정은 ‘정당 선호’ ‘선거 이슈’, 그리고 ‘후보자 평가’라는 3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우선 지지 정당을 뜻하는 정당 선호는 장기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적 요인이라 선거를 앞두고 변화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선거 이슈와 후보자 평가가 선거 결과에 변화 요인이 된다.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정치적 사안들이 선거 이슈인데 정당이나 후보자가 이슈의 유불리를 통제할 수 없다. 만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선거 이슈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조사 설문에 동의하는 응답이 과반에 이른다.

유권자가 후보자 개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후보자 평가에는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능력뿐 아니라 인격적 평가가 중요하게 포함된다. 리서치뷰의 조사(2월 26∼28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중요 덕목으로 법치와 공정성(24%), 도덕성과 청렴성(19%)을 꼽았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범법 기록과 자기통제력을 선택 과정에서 중요하게 따져본다는 것이다. 통상 경쟁력 높은 후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소속 정당의 지지와 더불어 대선 후보자 개인의 소구력이 추가적 득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설문이 말하는 것

언론이 통상 정당 지지도와 대선 후보로서의 이 대표 지지도를 비교하는데 이는 적합한 분석이 아니다. 통상 지지 정당 선택 설문은 선거 상황을 가정하지 않으므로 ‘지지정당 없음(무당파)’이 선택지에 포함된다. 하지만 대선 상황을 제시한 후보자 선택 설문에서는 기권 항목은 없다. 따라서 동일하게 ‘선거를 가정한’ 상황에서 정당 지지와 후보 개인 지지를 물어야 한다.

전국지표조사(NBS)가 제시하는 두 개의 설문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 설문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실 생각이십니까’라고 묻는다. 단순한 지지 정당이 아니라 선거에서 선택할 정당을 묻는 설문이다. 다음 설문에서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지난 1월부터 매주 조사된 NBS 결과에서는 후보 적합도 설문에서 이재명을 선택한 비율이 정당 기반의 후보 선택 비율보다 높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다는 응답 비율이 이재명을 선택하겠다는 비율보다 늘 높았다. 7번에 걸친 관련 조사에서 ‘정당 기준 민주당 후보 선택 비율’이 ‘후보 적합도에서 이재명 선택 비율’보다 평균 7.6%포인트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재명의 지지도가 민주당 지지도보다 낮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확실한 데이터다. 정당 지지세에 후보자 개인 매력이 보탬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두 지지도의 격차는 유권자 중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만 만일 그 후보가 이재명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재명 지지도가 정당 지지도에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즉 이재명 지지가 정당 지지를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지지가 이재명 지지를 이끄는 것이 된다.

◇개인 평가 왜 낮나

이 대표에 대한 개인 평가가 낮은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사법 리스크다. 국민은 정치 리더가 높은 수준의 법 준수의식과 청렴성을 갖출 것을 기대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의 징역형(피선거권 박탈형) 판결과 오는 26일 내려질 2심 판결에 대한 우려는 대선 후보의 자격 논란을 불러왔다.

둘째, 이 대표의 지속적인 권력 추구 행적이 부정적 이미지를 불렀다. 2022년 3월 대선 패배 후 석 달도 안 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대선 패자들이 한동안 자성과 숙고의 시간을 갖는 관례를 벗어난 것이다. 이어 다시 두 달 만에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권력욕이 드러났고 대선 패배 책임감은 찾기 어려웠다.

셋째, 덧셈 아닌 뺄셈 정치를 구사한 배타성이 비호감을 높였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을 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결국 이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일극 체제를 만들어냈지만 민주주의의 생명인 다양성을 잃은 민주당이라는 비난의 중심에 이 대표 스스로 서게 됐다.

넷째, 대선 주자로서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았다. 최근 광주 보수집회에 참여한 군중을 악마라 부른 것, 계엄이 성공했으면 자신은 연평도 깊은 바닷속 꽃게 밥이 됐을 것이라는 등의 극단적 발언으로 갈등을 부추긴다는 평가가 많다.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주 52시간 예외 인정을 약속했지만 번복하는 등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대표로서 다수의 폭정을 구사함으로써 협치를 파괴하고 정치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킨 책임이 크다. 그 결과 이 대표가 국정 운영의 리더십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놓쳤다.

◇몇 가지 고언

선거는 회고적이면서 전망적이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과거의 업적을 평가해서 보상하거나 심판한다. 또한 동시에 유권자는 향후 국정을 끌어갈 후보의 능력과 자질과 미래 비전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대표는 아직 대선 후보로서 평판을 높일 기회가 남아 있다. 먼저 공정성과 정당성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의 결과와 관계없이 대법원 판결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오명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면 평판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당내 다양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비명계 대선 주자들이 요구하는 바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개헌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개헌으로 3년 임기 대통령이 된다 해도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때 그 진심에 공감할 유권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서강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전국지표조사’, NBS는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4개사가 격주로 공동 수행하는 정기 여론조사.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과 함께 3대 여론조사로 평가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재명이 2022년 대선 후보로 활동하면서 발언한 두 건에 대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오는 26일 2심 선고가 예정돼 있음.

■ 세줄 요약

투표 결정 3요인 : 유권자의 투표 결정은 ‘정당 선호’, ‘선거 이슈’, ‘후보자 평가’라는 세 요인으로 좌우돼. 특히 후보 개인의 자질에 대한 평가에는 업무능력뿐 아니라 도덕성·청렴성 등 인격적 평가가 중요하게 포함됨.

설문이 말하는 것 : 선거를 가정한 상황에서 정당 지지도와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었을 때 이재명 지지가 민주당 지지를 앞선 경우가 없어. 이는 이재명 개인 매력이 부족하고 정당 지지도에 ‘신세’를 진다는 걸 말해줌.

개인 평가 왜 낮나 : 후보자 개인 매력이 정당 지지도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사법 리스크, 배타성, 다수의 폭정 등이 작용하기 때문. 선거법 신속 판결 촉구로 공정성을 회복하고 당내 다양성 살리는 노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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