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의 공식 시상식이자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글로모 어워즈’ 절반을 중국이 휩쓸었다. 관련 상을 휩쓸며 ICT 강국으로 자부해온 우리나라로서는 뼈 아픈 변화의 바람이다. 민관이 하나가 돼 차세대 ICT 투자에 매진해온 우리나라의 선도 전략을 따라 해온 중국이 이제는 차세대 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2월 28일자 2면 참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5일(현지시간) 오후 개최한 글로모 어워즈 시상식에 따르면 총 33개 분야 47개 상 가운데 중국이 25개를 차지했다. 대상 격인 ‘최고기술책임자(CTO) 초이스’ 역시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가 수상했다. GSMA는 양사에 대해 “올해 모바일 기술의 최고 챔피언으로 선정돼 특별한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화웨이의 통신 기반 모델과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을 높이 평가했다. 화웨이와 차이나모바일은 각각 8개, 4개 상을 타며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첫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하며 ‘통신 강국’을 자부해온 한국은 5개 상을 받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이 4개, SK텔레콤과 협업한 메타버스 심리상담 플랫폼 기업 야타브엔터가 1개를 수상했다. 미국의 경우 퀄컴과 구글 등이 4개를 수상했다. ‘최고의 AI 혁신상’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엘리트’의 AI 엔진을 개발한 퀄컴이, ‘최고의 스마트폰’에는 ‘구글 픽셀9 프로’가 이름을 올렸다.

수상 결과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30년쯤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6G 시대에서 중국이 명실상부한 선두주자 자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신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화웨이(31.3%)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자체 조사를 통해 5G 표준 특허출원 건수가 전 세계 건수의 42%라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는 5G에서 6G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인 5G 어드밴스드를 ‘5.5G’로 명명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으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들과 달리 국내 이통 3사는 정부로부터 연 합산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과징금 부과를 코앞에 두고 성장에 제동이 걸려 있다. 글로벌 통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규제가 아닌 성장책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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