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회의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는 종전협상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회의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는 종전협상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데스크가 만난 사람 -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Q. 우크라전 참전 北…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전쟁, 우크라 나토 가입 추진탓?
러 영토 야망 때문에 벌어진 일
우크라 빠진 종전협상 수용못해

북·러 군사협력, 전세계에 위협
러 군사기술 이미 많이 넘어가
실전경험까지 더해 막강 위력

북한군 포로들 북한行 거부하면
한국行 문제 대화할 준비돼 있다


인터뷰 = 김석 국제부장 suk@munhwa.com
정리 =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국제적 사안은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놓고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52)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의 인터뷰는 이처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경제통인 포노마렌코 대사는 부임과 동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지자 조국 상황을 알리고 한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바쁘게 활동해왔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아시아·태평양지역국장 및 경제외교국장을 역임했으며, 주상하이 총영사관, 주중국 대사관 등에서 근무해 한반도 등 동아시아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광물협정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종전 협상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은 피하지 않았다. 포노마렌코 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대면과 28일 서면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추가 질의를 통해 답변을 받았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우크라이나 영토 손실 등 피해 상황은.

“먼저 정확하게 말하면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전면적 군사 침공을 감행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것은 2014년 2월 19일 러시아가 크름반도와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의 영토를 점령한 이후 계속하던 무력 침략의 확대일 뿐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를 점령하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크기와 맞먹는다.”

―북한군 참전이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

“북한군의 참전은 전쟁이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을 넘어 국제화한 것을 보여준다. 쿠르스크 지역에 참전한 북한군은 질적인 면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떨어지지만 러시아가 수적인 면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사령부는 북한군을 고기분쇄기 작전(소모전)의 희생양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군이 전쟁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크라이나군에게 위협과 도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군 파병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 심화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우리는 이미 러시아가 많은 군사 기술을 북한에 줬으며 더 많은 기술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러시아는 북한군 참전 대가로 한반도 유사시 평양 편에 서서 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강력한 위험요소는 북한군이 이 전쟁을 통해 전투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투 전술, 드론 활용술, 전장 생존 기술 중 실전 경험을 가진 북한 군인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북한군 전체가 이 기술들을 습득하게 된다. 한반도에 충돌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군은 전장에서 지금과 완전히 다른 북한의 군사력과 맞닥뜨릴 수 있다.”

―생포된 북한군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나. 한국행을 원할 경우 한국으로 보낼 의사가 있는가.

“우크라이나는 제네바 협약 서명국으로서 전쟁 포로의 권리 보호에 관한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군 병사들과 교환될 수 있다. 또 이들이 생명과 자유에 대한 위협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할 때를 대비해 제3국 이송 등 여러 시나리오가 마련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는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보내는 문제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 전쟁 발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우크라이나 등 모든 국가가 동맹 조약 등 자국 안보 협정을 선택할 수 있는 고유한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2014년부터 우리가 겪은 러시아의 침략을 생각하면 나토 가입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러시아의 침략 때문에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성은 러시아의 크름반도와 돈바스 점령 전부터 이미 우리 법률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은 피해자가 범죄자가 공격하도록 ‘도발했다’는 주장과 같다.”

―러시아의 영토 야망이 원인이라면 우크라이나 평화는 요원한 것 아닌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고, 군사적 지원을 계속해 ‘힘을 통한 평화’ 방식으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모스크바를 압박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안전 보장,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이를 정치적·외교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힘을 통한 평화’ 원칙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결과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만들 것이다. 러시아가 침략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면 이 세상은 매우 위험한 세상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해 러시아가 쉽게 침공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주권과 영토 보존을 보장하는 대신에 세계 3위 규모였던 핵무기를 포기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서의 특성은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보장이 아니라 보험일 뿐이다. 우리는 이 사건으로 교훈을 얻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 가입 외에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않도록 하는 보장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외교로 눈을 돌리게 하고, 푸틴의 전쟁 지속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협상에 앞서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이 향후 협상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감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

“러시아의 불법적이며 부당한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는 미국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미국 국민에게 감사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미국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서두르면서 우크라이나 패싱 우려가 나오는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 회복을 목표로 하는 모든 제안을 환영한다. 하지만 모든 제안은 2가지 핵심 요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엔 헌장에 근거해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존중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다는 절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푸틴은 항상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없다면 이러한 대화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등 뒤에서 진행되는 모든 협상은 원했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우리 없이, 우리 등 뒤에서 이뤄진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독립을 파괴하고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자신만을 지키고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100만 명의 러시아군 발목을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없다면 유럽이 점령당할 것이다. 이 상황에 북한이 전쟁에 개입한 것은 대서양 전역 안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자선이 아니라 유로·대서양 공동체는 물론 전 세계 안보를 위한 최선의 투자다.”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는 종전 조건은 무엇인가.

“푸틴이 다시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토와 같은 강력한 안전 보장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푸틴은 다시 돌아와 모든 구소련 국가들을 점령하고, 그보다 더 나가려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하고 침략자에게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주장은 조작된 것이다. 용납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회복이 없는 어떠한 계획도 받아들일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재건 사업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주택과 에너지, 운송, 농업 등 모든 분야가 복구 대상이다. 수백만 명의 삶의 질, 해외 피란민 귀환, 경제 성장 창출이 모두 여기에 달려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인프라 건설에 있어 한국 기업들의 높은 전문성과 전후 재건 경험에 기대고 싶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복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모든 가용 자원을 경제 발전과 인프라 재건에 투입한 경험이 있다.”

“우크라인 품어준 韓 감사… 향후 K-기업 초청하고파”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물론 본국에 여러 지원을 해주는 한국 정부와 한국민에게 수차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많은 도시가 파괴되면서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0만 명가량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내에는 어린이 100만 명을 포함해 460만 명이 집을 잃고 난민촌 등에 머물고 있고, 520만 명은 독일 등 유럽과 다른 나라로 떠났다. 이 가운데 한국계 우크라이나인 4300명 정도가 한국으로 피란을 왔다.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5000여 명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최근 3년 사이 러시아 침공을 피해 한국으로 온 것이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이들의 한국 입국은 물론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기회를 확대해 준 한국 정부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도 “먼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모든 인도적·재정적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인도적 지뢰 제거, 엔지니어링 장비 제공, 부상 군인 재활 자금 지원 확대 결정에 대해 더욱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는 말로 답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국 정부가 공격 무기를 포함한 군사 장비 수출 금지를 해제해주기를 희망한다”며 “우크라이나에 투자할 한국 기업들을 초청하고 싶다. 재건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한국 기업들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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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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