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상속세·소득세 개편 잇단 파장
中企 가업 승계·세수 차질 외면
親勞 편향, 기업주도성장 상충

좌·우 오가며 선심 공약 빈발
상황 따라 ‘말 바꾸기’도 예사
진정성 없는 이벤트 불신 자초


정치권을 보면 사실상 조기 대선 국면이다. 솔깃한 공약이 속출하고, 주요 인사들의 언행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다. 여야 잠룡들의 지지도 조사마다 1위를 달리고 있으니 그러기도 할 것이다.

이런 이 대표의 행보는 혼선이다. 우클릭 한 듯하더니, 당사자는 부인하며 중도 보수라고 한다. 그렇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이런 때는 우클릭, 저런 때는 좌클릭이다. 먹사니즘을 강조하고 기업주도 성장을 천명했지만, 정작 친(親)노동인 정체성에는 변화가 없어 충돌이 반복된다. 때에 따라, 사안에 따라 좌·우를 오락가락하는 형편이다. 이러니 제시하는 대책은 핵심이 빠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종잡기가 어렵다.

세금 개편이 전형적이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징벌세인 상속세 감면을 주장하지만, 부동산 상속세 감세에 그친다. 1주택자에 대해 공제 한도를 늘려 상속세를 18억 원까지 면제하자면서, 정작 세계 최고 수준인 최고세율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고 거부한다. 상속세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업 승계를 막는다고 호소해 현안이 된 것인데, 핵심을 빼고 개편하려는 것이다. 또,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인 1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방치한 채 상속세만 감면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시세가 대략 16억∼18억 원인 1주택자는 매년 종부세를 내면서, 한 번 내는 상속세는 면제받는 기이한 세제가 나올 판이다. 여당도 표를 놓칠까 봐 맞장구를 치니 더욱 그렇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식의 땜질 처방이 서울과 수도권의 고가 1주택자를 우롱한다.

물가에 연동한 소득세 개편도 논란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물가가 올라 실질임금은 마이너스인데, 누진세에 따라 소득세는 계속 늘어 봉급생활자들만 봉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실제 지난해 법인세수는 경기 침체로 감소한 반면, 소득세수는 늘었다. 그러나 당장 소득세 감면은 세수 부족을 더 키워 재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물가 연동제를 하더라도 과표 구간·각종 공제 등 어느 것을 조정할지, 근로소득세만 아니라 사업소득세에도 적용할지 등 변수가 많아 쉽지 않다. 더구나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이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35% 수준인데, 이를 더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표심을 겨냥한 정략적 전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이 대표의 말 바꾸기에 비판이 거세다. 억대 고연봉 반도체 연구개발 연구원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허용을 철회한 데 이어, 국민연금 개편에선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찬성했다가 반대로 말을 뒤집었다. 국민지원금 25만 원은 추가경정예산에서 빼겠다더니, 결국 추경안에 넣었다. 불법 파업을 면책하는 노란봉투법 강행, 과거 화물연대 파업을 불렀던 안전운임제 부활 시도, 경제계가 그토록 반대하는 상법개정안 강행 등은 모두 최대 지원 세력인 노동계를 의식한 행보다. 이 대표의 노동계 편향성은 달라진 게 없다. 최근 도마에 오른 ‘K-엔비디아 국민 30% 공유’ 역시 반(反)시장·반기업 색채가 짙다. 이 대표는 국가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국식 경제 모델을 따라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결국 스타트업의 싹을 자르고 민간 기업을 고사시킬 우려가 크다. 중도 보수니, 기업주도 성장이니 하는 구호가 공허하게 들린다. 말 바꾸기 빈발은 국정 운영의 일관성이 있는지 의문을 키우고, 이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야당일 때는 몰라도, 권력을 잡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3월 국회 역시 ‘빈손 국회’가 될 것이란 비관론이 무성하다. 한심한 여당 못지않게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추경만 해도 세수가 부족해 적자 국채를 찍어야 할 판에, 세수를 더 줄일 세제개편을 주장하고 실효성이 없는 지역화폐에 집착해 30조 원 슈퍼 추경을 주장한다. 국정협의회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한다는 이유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빼고 파행이다. 민생은 말뿐이다. 위험한 주장이 군과 안보까지 확산한다. 이 대표가 간판 기업들을 방문하고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이 생색내기용 정치 이벤트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진정성이 없는 정략적 언행은 신뢰도 표도 얻지 못한다. 국민 불안과 불신이 함께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문희수 논설위원
문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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