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만에 석방돼 관저 간 尹 장외집회 참여할 가능성 논란 절차 문제 석방은 본안과 거리
여당 분열 땐 여권 공멸로 귀결 헌재 결정 승복 명시 입장 필요 장외세력 거리 둬야 분열 막아
윤석열 대통령이 8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지난 1월 15일 체포된 지 52일 만에 석방돼 다시 관저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며 환호했고,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해체, 불법 구금한 검찰의 책임, 헌재의 탄핵 기각·각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왕의 귀환’이라고 썼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를 나오기 전 지지자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할 의사를 밝혔지만, 경호처가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경호 준비가 안 돼 있고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메시지를 내고 구치소에서 걸어서 나오며 주먹을 불끈 쥐고 감사를 표시했다.
대통령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메시지를 내도 절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그간 움직임을 보면 광화문에서 열리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연설을 하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자신의 석방과 탄핵 반대를 외치며 추위와 눈보라를 견뎠던 지지층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손현보 목사와 전한길 강사를 관저로 불러 감사의 뜻을 표하든지, 통화라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과 변호인, 대통령실은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분위기다. 이럴 경우 향후 국정 운영의 힘을 아스팔트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되기 전 기각을 확신하고 외교 일정도 잡은 것을 보면 주변 말만 들으면 확증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 의미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 근거는, 절차상 구속 기간을 관례와 법 명문상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검찰이 날로 계산해 구속 기간을 도과(徒過)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권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는 12·3 계엄에 대한 탄핵과 형사적 다툼의 본안과는 다른 문제다.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 마치 계엄이 무죄 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확대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보수와 대한민국을 살릴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계엄으로 자신이 쌓아온 모든 성과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우를 범했지만, 역사에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선 우선 국민의힘이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 만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한다면 상상을 초월한 적폐 몰이가 시작될 것이다. 보수의 뿌리를 뽑으려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김건희 여사도 혹독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면·복권은 언감생심이다. 재집권을 꿈꾼다면 더는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지키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같이 망한다. 첫째, 탈당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자신의 길을 가고, 국민의힘은 미래를 준비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자칫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조기 대선 확정 후 열릴 후보 경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둘째, 윤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과 탄핵 국면 때문에 국민은 완전히 갈라졌다. 조국 사태 때보다 훨씬 더하다. 자신을 지지한 세력은 ‘애국시민’이고, 반대한 세력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도식을 버려야 한다. 계몽 당한 자녀들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 난 사례도 있다. 국민 통합을 해야 할 대통령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한다. 69분이나 되는 헌재 최후 진술에서 ‘승복’이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셋째, 아무리 자신을 위해 싸워줬다고 하지만 장외세력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초를 당하면서도 장외 지지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둔 덕분에 보수 분열은 물론 국민 분열도 막았다. 지금 와서 보면 대단한 인내와 혜안이었다. 윤 대통령이 강성 지지세력과 밀착할수록 중도층은 떠나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하지 못한 진짜 정치를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