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권성동 원내대표.  곽성호 기자
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권성동 원내대표. 곽성호 기자


■ 어젯밤 30분 만남

윤, 권영세·권성동만 만나
“당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

국힘 “정국운영 대화는 없었다”
대통령실 “지금은 말 아낄 때”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된 지 하루만인 9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탄핵 정국 수습 과정 등에 있어 윤 대통령과 당이 접점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 정국 운영 등과 관련한 대화는 일절 없었다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결집 등을 고려해 당 지도부가 물밑으로는 윤 대통령과의 접점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10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대통령께서) 앞으로 당 지도부가 잘 이끌어 나가달라는 당부가 있었다”면서도 대통령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권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의 전날 면담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전날 면담은 오후 8시부터 30분가량 이뤄졌고 다른 배석자는 없었다고 한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도부 차원의 추가 예방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정국 수습 등을 의논하기보다는 대통령의 건강 등을 묻고 답하는 대화가 주로 오갔다는 게 권 비대위원장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수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 등도 공유했다고 한다. 면담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비대위원장은 ‘당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나’라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국정이나 당무 등에 관여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실제 논의를 했더라도 이를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로 지지층 결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린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날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도 이 같은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탄핵 정국 수습을 위한 개헌 논의를 비롯해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국민 통합 문제, 헌법재판소 결정 승복 여부 등과 관련 윤 대통령과 당이 메시지를 조율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회동으로 ‘거리두기’를 못한다는 지적에 “당 지도부가 (대통령) 인사를 가는 것은 당연한데, 회동을 두고 선 긋고 안 긋고 해석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고, 옳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어느 한쪽 지지층을 위한 행동보다는 국민 통합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장 대통령실은 비서실장 주재 회의를 열고 대외 메시지를 내며 헌재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을 간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도 변론 재개를 비롯해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헌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조기 대선 현실화 시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여권 내 잠룡들의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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