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세전쟁, 위기의 한국 - (5) 통상환경 ‘불확실성’ 고조
美, 자국 경제심리 위축 등 고려
멕시코·加 품목별‘갈지자’관세
중국엔 20% 추가 관세부과 예고
中중간재 수출 韓기업 타격 우려
한은, 올 수출증가율 0.9% 전망
첨단산업 중심의 체질개선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한국 경제도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도 통상갈등 격화로 올해 1.5%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구조 혁신과 수출 시장 다변화 등 새로운 통상환경을 위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S&P 글로벌’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올해 25% 부과되다가 협상을 통해 내년 초 10%로 낮아지고, 내년 중반에는 0%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 성장률을 0.3%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역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정책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한 듯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해놓고, 이틀 만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다음 달 2일까지 유예했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에 들여오는 미국 자동차 업계 등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또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선 25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통해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심리와 기업 투자는 위축되는 분위기다. 경기동향의 가늠자인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50.3) 들어 1월(50.9)보다 후퇴했다.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고용시장도 둔화 추세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지난달 28일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조치에는 협상 여지를 두고 있으나, 중국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80% 이상은 반제품·부품 등 중간재이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0.9%로, 지난 전망 대비 0.6%포인트나 낮췄다. 올해 성장(전년 동기 대비)에서 수출 기여도는 상·하반기 모두 0.3%포인트로, 내수(0.5%포인트, 1.9%포인트)보다도 낮다. 반도체 제품을 제외하면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 품목들은 지난해보다 현저히 실적이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기업 실적 악화는 임금상승률 둔화, 고용 감소 등을 통해 내수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은은 통상갈등 심화로 미국이 주요 무역 적자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내년까지 유지할 경우, 올해와 내년의 경제 성장률 모두 1.4%로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와 JP모건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2%,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0%까지 낮추기도 했다.
이런 글로벌 경제의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경제 체질 구조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해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게임체인저’ 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지난 5일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방안을 확정했다. 향후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재원은 정부가 보증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을 발행해 마련하고, 기금이 설치될 한국산업은행도 자체 재원을 일부 출연한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로봇, 백신, 수소, 미래차, AI 등 10개 분야다.
글로벌 통상 무대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의 보호무역주의 고조에 따라 정부는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시도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사우스’(주로 지구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들) 시장 개척을 위해 수출 지원 기관 14곳을 신설·강화하기로 했다. 또, 통상 협력·프로젝트와 연계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중동·중남미·체코 등에서도 수출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지난달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통해 미국발 환율·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역대 최대인 366조 원 규모의 무역 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견·중소기업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도입과 수출보험 우대 제공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통상 환경 변화로 인해 해외에서 국내로 거점을 옮기려는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김지현·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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