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문10답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프루도베이 가스, 亞 운송·판매
1970년대부터 사업 논의했으나
경제성없어 美 ‘빅오일’도 철수
LNG 수입량 많은 한국·일본 등
트럼프 ‘투자 압박’ 대상에 올라
개발~공급 10년이상 소요 예상
가스 시장 상황 예측도 힘들어
韓, 실무협의체 통해 조율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진행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 등이 향후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면서 해당 프로젝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들로 하여금 미국산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관련 상품 수입을 늘리도록 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액을 줄이는 전략의 일환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프로젝트 참여 희망국으로 공개 지목한 것이다. 투자 성과를 보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리고 수익성도 낮을 수 있다는 우려와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레이더’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1. LNG 프로젝트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최북단 프루도베이에 매장된 40조ft³(입방피트) 규모의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시추·수송·수출하는 사업이다. 2010년대 초반 본격화된 이 프로젝트는 프루도베이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태평양과 접한 알래스카 남쪽까지 1300㎞ 길이의 가스관으로 수송, 액화해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월 20일에도 “알래스카 LNG의 태평양 동맹국으로의 판매·운송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동맹국들에 LNG 수입을 압박한 바 있다. 이후 이번 연설에서 요구 수위를 더 높여 천문학적인 초기 비용 부담을 주요 수입국이자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에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 LNG의 주요 소비시장은
LNG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의 약자로, 메탄을 주성분으로 한 천연가스를 초저온으로 냉각해 액화시킨 것이다. 성분비율의 경우 94.9%의 메탄, 2.5%의 에탄, 0.2%의 프로판, 0.03%의 이소부탄 등이 혼합된 형태다. 한국에서 도시가스 용도로 주로 사용하는 연료인 LPG(Liquefied Petroleum Gas·액화석유가스)의 경우 부탄은 영하 0.5도, 프로판은 영하 42도에서 액화돼 캔에 압축해 쓸 수 있는 반면 LNG는 영하 162도까지 낮춰야 액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용량 수송이 필요하다. 또 석유 정제 과정 등에서 생산되는 LPG와 달리 LNG는 가스전에서 직접 시추한다는 차이도 있다. LNG의 주요 시장은 동북아시아 지역이다. 지난 2023년 기준 수입 시장에서 중국(17.6%), 일본(16.5%), 한국(11.3%) 등 동아시아 3국의 수입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3. 알래스카 LNG 개발 추진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로는 알래스카가 가진 지리적 이점이 꼽힌다. 미국의 또 다른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 지역은 텍사스인데, 텍사스에서 한국이나 일본까지 LNG를 수송할 경우 빨라도 3주가 걸린다. 이마저도 LNG 수송선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파나마 운하에서 수송이 지체되면 한 달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일부 대형 LNG 운반선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어려운 탓에 아프리카 희망봉을 통과하는 동쪽 경로를 이용해야 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 도달하기까지 최대 45∼50일이 걸리기도 한다. 반면 알래스카의 경우 북태평양에 있기 때문에 알래스카산 LNG가 동북아시아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주일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미국은 현재도 일부 알래스카산 LNG를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나, 수출량은 아직 많지 않다. 만약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LNG 수출량 조절로 가격 결정에 관여해 LNG 주요 수입국인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도 생기게 된다.
4. 거대 석유회사들이 업에서 철수한 이유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1970년대 처음 논의된 후 경제성,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수차례 좌절됐던 사업이다. 2010년 알래스카 주의회가 가스개발을 주도할 알래스카 가스개발공사(AGDC)를 설립한 뒤, 프로젝트 추진이 본격화했던 2013년 국제 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라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미국 최대 빅오일(거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을 비롯해 코노코필립스, 영국 BP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고,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사업에서 철수했다. 2016년 엑손모빌 등이 해당 사업에서 철수할 당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켄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결국 AGDC만 남았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사업은 멈췄다.
5. 현재 건설 추정 비용은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인 건설비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원자재, 건설 자재 비용이 오르면서 LNG 시추, 개발비용이 배로 뛰었다. 현재 가스관 건설에만 107억 달러(약 16조 원)가 드는 등 초기 사업비로만 450억 달러(65조 원)가 들 것으로 관측된다. 또 개발부터 공급까지 10년이 넘게 걸릴 수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이 다음 정권에서 무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큰 것이다. 북극 지역 환경 파괴에 따른 소송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LNG 터미널과 운반선 가격도 매년 상승세다. LNG는 가격 변동성이 심해 시황을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 역시 사업의 위험 요소다.
6.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국을 투자 원하는 국가로 지목했나

7. 알래스카 가스관 개발 사업 어느 한국 기업이 참여할까?
LNG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참여 가능성이 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SK E&S, GS에너지 등이 꼽힌다. 특히 투자 리스크가 큰 대규모 투자이다 보니 민간 기업보다는 한국가스공사가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가스공사는 트럼프 1기 시절에도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AGDC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2017년 당시 협약서에는 프로젝트 투자, 개발, 운영 등에 관해 상호 협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다만 이후부터 현재까지 사업 진척은 없는 상태다. 민간에서는 LNG를 직도입하고 해외에 인프라와 자산 투자를 해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시 LNG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SK E&S와 GS에너지도 물망에 오른다. 파이프라인, 플랜트 시설 구축에 필요한 국내 철강사와 건설사 등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바 없고 향후 사업 향배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8. 한국 정부 입장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방미에서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등과 만나 한·미·일 3국 협력 방식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상·에너지 당국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관해 구체적인 참여 계획 등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이미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발을 뺀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측이 가스 파이프라인·액화 플랜트·수출 터미널 등 각종 인프라 투자까지 한국 등에 맡기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안 장관이 이번 방미에서 미국 측과 구축한 알래스카 프로젝트 관련 실무협의체를 통해 미국과 의견을 조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에너지 당국은 알래스카에서 LNG를 들여오면 파나마 운하를 거쳐야 하는 미국 동부 지역 LNG보다 운반이 용이한 점 등 알래스카산 LNG 수입에 장점도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그린란드 등 북극 쪽에 집중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빙하가 녹으면서 넓어지고 있는 북극 해상운송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간 운송 시간을 최대 절반 정도로 줄이기 때문에 이 항로를 가장 중요한 해상 자산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북극 해상운송로는 현재는 1년 중 일부 기간만 열리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빙하가 녹으면서 영구적인 운송노선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월 “러시아는 60개 이상의 쇄빙선을 보유했고, 또 이 중 일부는 핵에너지로 운영된다”면서 “북극의 왕이 되려고 한다”고 경계했다. 그는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중국도 쇄빙선을 대량으로 생산하며 북극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10. 트럼프 대통령은 왜 화석연료에 집착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석유·가스의 대대적 증산을 통해 자국 에너지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산업 부흥으로 에너지 독립과 글로벌 에너지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자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으로 자신의 에너지 독립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생산량 확대와 가격 안정화를 꾀하고, 점차 세계 시장에서 수출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안과 연방 토지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활성화하기 위해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매장 가능성이 큰 연방 토지를 에너지 기업에 제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상훈·이종혜·이현욱·박준희·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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