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트래블러가 2024 ‘일등석 기내식’ 최고상으로 선정한 대한항공 기내식.  대한항공 제공
미국 글로벌트래블러가 2024 ‘일등석 기내식’ 최고상으로 선정한 대한항공 기내식. 대한항공 제공


■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 국적별 다양한 기내식

“그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비행기 옆 좌석 학생이 내가 먼저 기내식을 받자 부러운 듯 물어본다. 일반적으로 특별식을 주문하면 일반 기내식 제공 전에 승무원이 내 이름이 쓰인 식사를 따로 챙겨준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매번 기내식을 이용할 때마다 다른 특별식을 주문하는 편이다. 해산물식, 채식, 유대교(코셔)식, 힌두교식, 저염식 등 각기 다른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이 가끔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재미 중 하나다.

특별식이 아니더라도 기내식은 각국의 독특한 식문화를 담고 있어 항공사별로 그 차이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 항공사는 초밥이나 가락국수, 선물처럼 깔끔하고 정갈한 도시락(벤토)을 제공해 그 나라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항공사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파스타와 리소토, 티라미수를 제공해 승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한다. 프랑스 항공사는 미슐랭 셰프와 협업한 고급메뉴와 프랑스 와인 및 치즈 페어링을 통해 프랑스 요리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터키 항공사는 ‘플라잉셰프’ 시스템을 도입, 전문 셰프가 기내에서 고급 요리를 직접 제공해 기내식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중국 항공사는 딤섬과 같은 간편한 음식부터 마라탕 같은 독특한 향신료 요리까지 다양한 중국 요리로 승객들에게 중식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

국내 항공사 역시 비빔밥이나 불고기덮밥, 쌈밥과 같은 전통적인 한식을 기내식 메뉴로 제공해왔다. 최근 한류의 인기로 K-푸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내식 메뉴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에서는 떡볶이와 튀김, 김치전과 막걸리, 호떡과 붕어빵 등 보다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한식메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외항사에서도 김치나 컵라면과 같은 한국 식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반려견 동반 승객을 위해 영양사료와 간식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내식은 항공사와 노선, 좌석 등급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에 따른다. 비행시간에 따라 장거리 노선(6시간 이상)에서는 대체로 기내식이 제공되며 단거리 노선(2시간 이하)에서는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저비용항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거나, 추가 비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기내식의 종류는 표준 기내식과 종교 및 질병, 의학적인 사유, 연령 등의 제한을 고려한 특별 기내식으로 구분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무려 23가지의 특별식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승객들의 다양한 요구와 환경적 책임을 반영한 기내식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에서도 다양한 비건 메뉴를 도입하고, 플라스틱 대신 사탕수수나 종이 재질로 만든 친환경 용기와 포장을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기내식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기내식이 좁은 공간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먹기 불편하고 맛없는 음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기내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냉장 보관 후 비행 중 데워서 승객에게 제공되므로, 갓 요리한 음식과 그 맛을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기내식은 여행의 설렘과 아쉬움을 더해주는 특별한 식사 경험이 된다. 다양한 식재료와 문화가 담긴 기내식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그 맛은 지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천상의 맛’이 될 것이다.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 한 스푼 더 - 지상과는 맛 달라

비행기 안에서는 낮은 기압과 습도, 진동과 소음으로 미각과 후각이 둔화된다. 특히 기내 소음은 약 85데시벨(㏈)로, 귀가 먹먹해져 미각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맛의 8할을 차지하는 후각과 짠맛과 단맛을 느끼는 미각이 둔화되어 지상에서의 맛과 차이가 난다. 그뿐만 아니라 기내에서는 기압이 낮고 산소가 부족해 알코올 분해 속도가 더 느려진다. 기내에서 주량이 줄고 숙취가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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