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내 혹한을 이겨낸 굳센 기개를 많은 문사와 지사가 노래한 푸른 청산. 봄볕이 따스한 날 그 표정을 보았는가. 절개와 저항의 상징인 강건한 상록의 빛이건만, 어느덧 스며온 봄 햇살에 퇴색된 풍모가 원경으로 물러나 있다. 잿빛 산하에서 홀로 독야청청한 시절을 뒤로한 채, 감상도 절제한다.
물론 청산의 기운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가슴에 살아 있다. 겨울을 보내고 초봄을 맞는 경계 시점의 미묘한 춘색을 소소혜(이혜숙)가 절묘하게 화폭에 담았다. 그의 풍경은 아카데믹한 재현에 충실하면서도, 대상의 속살까지도 투시해내는 그림으로 차별성을 갖는다. 꿈꾸는 청산의 자태는 보아도 보아도 새롭다.
골짜기 드문드문 잔설이 남아 있을 법한 날의 쌀쌀한 바람조차도 정겨운 것은 따스한 햇살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서다. 다소 정적인 듯한 평범한 풍경이지만, 소박한 낭만적 포인트를 등장시킨다. 고즈넉한 외딴 농가의 이미지로 시흥(詩興)이 꿈틀댄다. 제5계절의 청산은 그래서 더 행복한 표정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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