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동산병원 3층 수술센터 내 5번 수술방에서 고위험 산모·신생아 관련 협진진료를 하는 배진곤(앞줄 가운데) 산부인과 교수, 정은영(앞줄 왼쪽) 소아외과 교수, 신소영(뒷줄 가운데) 소아과 교수, 이정우(뒷줄 오른쪽 첫 번째) 외상외과 교수 등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박윤슬 기자
2월 20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동산병원 3층 수술센터 내 5번 수술방에서 고위험 산모·신생아 관련 협진진료를 하는 배진곤(앞줄 가운데) 산부인과 교수, 정은영(앞줄 왼쪽) 소아외과 교수, 신소영(뒷줄 가운데) 소아과 교수, 이정우(뒷줄 오른쪽 첫 번째) 외상외과 교수 등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의료개혁 완성 시급하다 - <下> 계명대의 ‘지역완결형 의료’

산과·NICU·외상외과 협진구축
담도폐쇄 환아 세계 첫 로봇수술

고위험산모 매년 1000명씩 몰려도
뺑뺑이 없이 ‘소중한 목숨’ 살려


대구=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지난 2월 19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동산병원 3층 수술센터 내 ‘SP로봇수술실’. 정은영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선천성 담도폐쇄증을 앓는 생후 1개월 된 소아에게 카사이 수술을 집도했다. 한 달 전 이 병원 배진곤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이 받았던 아이다. 33주차 태아일 때는 총담관낭종이 의심됐는데 분만 직후 담도폐쇄증으로 진단됐다. 정 교수는 막힌 담도를 잘라내고 간과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즙이 소장으로 배출되도록 수술했다. 정 교수는 이를 세계 최초로 ‘단일공(Single Port) 로봇 수술’로 시행했다. 5∼6개 절개창을 내는 기존 수술과 달리 절개창 하나에 로봇팔을 여러 개 넣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이후 아이는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몇 주간 소아과의 협진을 거쳐 퇴원했다.

선천성 질환을 가진 아이가 지역병원에서 출산 직후 수술과 치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던 건 협진체계 덕분이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선 산과·소아외과·외상외과·소아과 등 절멸위기에 처한 바이털(필수의료) 의사들이 뭉쳐 ‘지역완결형 의료’를 구현하고 있다. 조산아나 다태아, 선천성 기형·심장질환 등을 앓는 신생아가 태어나면 협진체계는 바로 가동된다. 이 병원 산모 중 60% 이상은 고위험군이다. 최근 6∼7년간 고위험 산모 분만만 매년 1000건 이상 이뤄져 전국 1위를 차지하곤 했다.

지난달 20일 이 병원 수술센터 7번 수술방에서 만난 배 센터장은 “의사 개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것”이라며 “어느 한 팀이라도 못 한다고 하면 협진체계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숙아가 나왔는데 신생아중환자실(NICU)팀이 못 받는다고 하면 전원할 수밖에 없다”며 “다들 악착같이 환자 치료에 매달리고 있어 대구에선 산모 관련 ‘뺑뺑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선 2019년부터 외상외과가 고위험 산모 협진에 참여하고 있다. 산과는 환자 출혈량이 가장 많은 과다. 배 센터장은 “외상외과가 산후 출혈 등을 적극적으로 잡으면서 고위험 산모가 늘어난 추세 탓에 산모 중증도는 올라갔지만 사망률은 거의 0%로 떨어졌다”며 “산모 생존율이 높아진 걸 보면 협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외과에는 경상권에서 소아 관련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의대 교수 2명 중 1명인 정 교수가 버티고 있다. 정 교수가 없다면 선천성 기형을 앓는 환아들은 수도권으로 원정진료를 떠나야 한다. 지난해 11월 이 병원에서 세쌍둥이를 낳은 김모 씨는 “출산 직후 아이들이 NICU에서 한 달가량 치료받았다”며 “NICU가 없으면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데, 이는 산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아과 등 다른 과와의 협진 여부에 달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산과 수술은 한 달 평균 140건 이뤄진다. 이 중 80∼90건을 도맡는 배 센터장은 다태임신과 전치태반 등을 주로 다룬다. 그는 지난해 9월 모친상 와중에도 병원에 나와 분만수술을 집도했다. 지난 1월 말 망막혈관이 터졌는데도 하루 4∼5건씩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 배 센터장은 “필수의료는 경제적 잣대나 시장 논리를 갖다 댈 수 있는 과가 아니다”라며 “후배들이 산과에 진입해서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2월 20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동산병원 3층 심혈관조영실에서 윤혁준(가운데) 심장내과 교수가 한 환자에게 관상동맥 조영술 검사를시행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2월 20일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동산병원 3층 심혈관조영실에서 윤혁준(가운데) 심장내과 교수가 한 환자에게 관상동맥 조영술 검사를시행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한편, 이 병원 심혈관센터는 전문의 중심 체제를 갖추고 지난해 2월부터 2차 병원과 협업해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심혈관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윤혁준 심장내과 교수는 “암과 달리 심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있는 만큼 서울로 가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 환자들도 집 근처에서 치료받는 걸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급성기 중증환자는 대형병원, 만성질환자는 집 근처 1·2차 병원에서 치료받는 방향성이 맞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까지 빨아들이면 1·2차 병원은 치료 역량을 잃게 된다. 그는 “최근 환자 회송을 예전보다 2배로 늘렸다”며 “1·2차 병원에도 심혈관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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