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탄핵 사태로 정부의 의료개혁 동력이 흔들리는 와중에, 의사단체에서 내년 의대 신입생을 아예 뽑지 말자는 발상이 나왔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할 오만한 행태다. 전공의·의대생 집단 이탈 뒤 1년을 넘기고, 증원된 의대 신입생이 입학했음에도 ‘2000명 증원’ 사태의 해법은 겉돈다. 정부 책임이 무겁다. 이 때문에 법치 파괴 비난을 받으면서도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왔다. 급기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주도로 이달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 신입생 증원 0명이라는 극단적 방안까지 내놨다.

올바른 직업윤리를 갖춘 의사들이라면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8일 내부 회의에서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말자’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무기력하게 주춤주춤 물러서니 더 극단적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국민의 백기 항복을 강요하는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다.

안정적인 입시를 위해 대입전형은 입학년도 4년 전 공표하는 ‘4년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의대 입시부터 안갯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 떼법과 불법에 굴복하면 정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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